노스 시애틀 (커뮤니티) 칼리지의 고고학과 학생들이 지난달 캠퍼스 내 옛 ‘그린 레이크 가든’ 농장 터에서 일본계 주인 쇼지 쿠마사카 가족의 유물 발굴 작업을 벌여 깨진 밥그릇 도자기, 안경, 장난감 주물 보트, 대공황 시절 납세증표, 개근학생 명예 핀 등을 수집했다.
노스 게이트 전철역에서 I-5 고속도로 넘어 맞은편에 자리한 이 5에이커 농장에서 쿠마사카 가족은 1919년부터 각종 채소와 꽃을 재배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등지에서 팔아오다가 1968년 노스 시애틀 칼리지에 매각했다. 현재 이 농장은 바튼우즈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이 농장은 쿠마사카 일가의 삶의 터전을 넘어 20세기 초중반기 시애틀 지역 일본 이민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농장 내에 커뮤니티 센터가 설립돼 다운타운의 ‘니혼마치’(저팬타운) 사람들도 찾아와 교류했고 새내기 이민자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길라잡이 역할도 감당했다.
쇼지 쿠마사카의 손녀로 현재 다운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베아 쿠마사카(84) 할머니는 당시 자기 집에는 지역의 과객들과 일본에서 막 도착한 이민자, 또는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늘 찾아와 끼니때마다 객식구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쿠마사카 가족은 다른 12만여명의 일본계 시민권자들처럼 제2차 대전 중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행정명령 9066에 따라 아이다호주 미니도카의 강제수용소에서 4년을 살고 돌아았다. 하지만 농장의 커뮤니티센터 건물은 물론 농작물 온실들이 모두 파괴돼 있었다.
당시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모국으로 돌아갔지만 쇼지는 동포들에게 미국에 남아 이민자의 꿈을 계속 개척해나가도록 독려했다고 베아 할머니는 회고했다. 쿠마사카 가족은 피폐된 농장을 다시 일궈 재기에 성공했고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도 회복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시애틀 윙룩 박물관의 교육·관람 담당국장인 라훌 굽타는 쿠마사카 가족이 일개 가족 이상으로 중요성을 띄고 있다며 그동안 일본계 이민자들이 시애틀의 정치, 문화, 예술, 음식 등에 끼친 영향이 저평가 돼 왔지만 이번 노스 시애틀 대학의 유적발굴 작업이 이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굴된 유물들은 버크 박물관으로 옮겨져 보관될 예정이다.
베어 할머니는 강제수용소로 떠날 때 허가된 반출물품이 제한돼 대부분 집에 남겨놓고 갔는데 발굴된 것이 너무 적어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시애틀에는 쿠마사카 가족의 후손이 300명 이상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시애틀타임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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