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외국민 선거제도 과감히 개혁해야
▶ 공관 방문투표만 허용 원거리 유권자들 낭패 재외국민 의석도 필요
한국의 선거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21년 기준으로 한국 대선과 총선에 투표할 수 있는 재외국민 숫자가 영주권자 102만 명, 일반 체류자 132만 명, 유학생 17만 명을 포함해 295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732만 명에 달하는 재외동포의 40.3%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의 경우 263만 명의 한인 가운데 41.8%에 해당하는 110만 명이 투표권을 가진 재외국민이다.
재외국민들이 참정권을 행사했던 역대 선거를 살펴보면 2012년 19대 총선에서 재외국민 선거인 12만3,571명 중에 5만6,456명이 투표해 실질 투표율이 45.7%에 달했다.
선거를 거듭할 수록 선거인수와 투표자수가 늘어나 2017년 19대 대선 당시에는 29만4,633명이 선거인 등록을 했고, 22만1,981명이 실제로 투표해 75.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22년 20대 대선에선 재외유권자 22만6,162명 중 1만61,878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71.6%였다. 선거인 대비 투표율만 놓고 보면 각종 한국 선거의 투표율과 큰 차이가 없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추정한 재외국민 유권자 숫자에 비해선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은 미미한 실정이다.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19대 대선의 경우에도 295만여 명의 재외유권자 대비 투표율은 7.5%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재외선거에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투표율이 매우 저조하다며 선거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재외선거 역사는 지난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정부는 1967년부터 1971년까지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을 위해 해외 부재자 투표의 방식으로 재외선거를 시행했으나 1972년 10월 유신 선포 이후 제도가 폐지됐다. 그러다가 2004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12년 제19대 총선부터 재외국민들의 투표가 허용됐다.
인터넷을 활용하거나 대리자를 통해 재외선거인 신고 및 신청도 가능해졌지만 재외선거 투표율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외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무엇보다 현재 채택하고 있는 공관방문 투표방식에 기인한다.
한국의 국회입법조사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같은 재외선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자체연구와 용역연구를 진행했다. 2020년 국회입법조사처는 재외국민 선거제도의 개선방향으로 우편투표와 전자투표 도입을 건의했다.
재외선거를 실시하는 108개 국가 중에서 공관 투표방식만 채택한 국가는 그 절반인 54개국이다. 공관투표 외에 우편투표, 전자투표 등을 병행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미국에선 우편투표 비율이 20%에 달하고, 프랑스의 경우 재외선거 투표의 50% 이상이 전자투표를 통해 이뤄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입법의견을 통해 재외국민들의 투표편의를 강조했음에도 국회에서는 부정투표와 매표 가능성을 거론하며 공정성 강화에만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역대 재외선거에서 적발된 65건의 위법행위 중에서 실제 고발 등의 중징계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는 13건에 불과했다.
지난 2020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재외선거제도 개선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용역 보고서를 제출한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재외국민 대표성 문제를 거론했다. 300석의 한국 국회의원 의석 중에서 재외국민을 위해 배정된 자리는 단 1석도 없다.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이 잇따라 배출되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출신 국회의원도 탄생했지만 295만 명을 대표하는 의석이 한자리도 없다는 사실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다. 프랑스는 2012년 하원의원 선거부터 해외 지역구 11명의 의원을 뽑아 재외국민들의 대표성을 강화했다.
차종환 한미교육원장은 “재외선거 제도 개선 역시 재외동포 정책차원에서 거론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재외동포청은 해외 한인사회의 여론을 수렴해 관계 부처와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정책건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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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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