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 (30) 경산의 삽살개

한 살 먹은 청삽살개 ‘마누’가 주인 김다릅(12세)군과 제주도 한라산 눈 위에서 놀고 있다. 통계학적으로 애견하고 함께 자란 아이들은 알러지를 덜 앓고, 애견과 놀 때는 혈압이 내려가며, 또 애견을 경험하는 아이들은 온화한 성격과 사회성, 그리고 자존감이 높다고 한다. 애견을 안아줄 때는 스트레스, 고독감 그리고 불안감이 낮아지며, 애견을 키우는 사람은 의사를 찾는 빈도가 낮다고 한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한 살짜리 청삽살개 ‘마누가 주인 김다릅 군과 제주도 한라산 눈 위에서 놀고 있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천연기념물 제368호 경산의 황삽살개 ‘나눔’(가운데)과 청삽살개 ‘가람’(뒤), 그리고 블랙탄 단모 ‘가을’이 경상북도 경산 삽사리재단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다. 외국 견종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선호하는 몇가지 성품을 소유한 개를 계통번식을 통해서 품종을 고정한 견종이지만, 우리 토종견 삽살개는 긴 세월 동안 다양한 견종들의 방사환경에서 자연번식해 온 다양한 유전체를 가진 건강하고 훌륭한 역사의 유산이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경상북도 울주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선사시대 다양한 동물 그림 중에는 우리 토종개 모습의 타원흉(길쭉한 가슴)과 배가 올라간 새우등(arched back), 힘차게 올린 꼬리 등 전형적인 우리 토종개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도 있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태어나서 아직 눈을 뜨지 못하는 천연기념물 제368호 경산의 황삽살개 강아지가 모견 민아의 뒷다리를 베고 자고 있다. 어릴 때 모색은 크면서 옅은 황색으로 변한다. 2010년에 필자가 영어문화권에 알린 삽살개가 2021년에는 평균 신장이 체고(어깨 높이) 수(56-58cm)/암(53-55cm), 몸무게는 수(26-28kg)/암(22-24kg)으로 10여 년 전에 비해 크기가 커졌다. (식생활 변화로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평균신 장이 늘어난 것처럼, 토종개도 따라 변했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천연기념물 제368호 경산의 황삽살개 ‘겨례’가 강원도 태백산 천제단을 오르고 있다. 우리 민족이 하늘에 제사를 모시던 천제단은 해발 5,141피트(1,576미터) 정상에 있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천연기념물 제368호 경산의 황삽살개 ‘겨례’가 강원도 태백산 천제단을 오르고 있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천에서 노는 경산 삽살개 ‘은결’. 털이 긴 삽살개는 역사적으로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경상북도 경산 삽사리 재단에서 천연기념물 제368호 경산의 황삽살개 강아지가 자신 있게 걷고 있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토종개 복원을 평생 연구해온 하지홍 교수와 삽사리 재단의 오문순 이사 부부가 있기에 우리 토종견 삽살개가 존재한다. Photo ⓒ 2020 Hyungwon Kang
우리 민족이 살아온 동아시아 한반도의 지질학적인 위치는 다양한 문화가 어렵지 않게 찾아와 한국 문화로 융합돼 온 역사다. 주변의 정치 질서가 바뀔 때마다 찾아온 이주민들과 선사시대 이전부터 우리 땅에 정착한 고대 한반도인들이 합해져서 다민족에 근원을 둔 우리 민족은 뛰어나게 총명하고 재주가 많으며 개성 또한 강한 사람들이 많다.
역사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가축을 말하자면 개와 돼지인데, 특히 개를 인간의 첫 번째 가축으로 학자들은 이야기 한다. 사람과 같이 우리 땅에서 정착한 토종개들은 당연히 이혈번식(異血繁殖 다양한 혈통의 후손)을 통해서 태어난 건강한 개들이다.
예로부터 개들이 방사되는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우리 문화에서 자연번식된 토종개들은 거의 언제나 집을 지키고 사냥을 잘하는 건강하고 풍성한 유전자를 가진 개들이었는데, 그중에서 털이 긴 개들은 일반적으로 삽살개(삽살이)라고 불려왔다.
1천년 전 통일신라시대 임실군에서 (긴) 털에 물을 흠뻑 묻혀와 주인을 살린 오수견이나, 같은 전라도를 배경으로 한 판소리 춘향전에서 “계화(계수나무 꽃) 밑에 삽살개 짖는구나” 라는 구절이 있는 것을 보면, 털이 긴 삽살개가 전국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역사에는 일제시대 때 일본군 겨울 외투를 만들기 위해 진도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토종개들이 전국적으로 도살된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
토종개 복원을 평생 연구해온 하지홍 교수는 멸종된 줄만 알았던 삽살개 수십 마리를 어렵사리 경상도 오지에서 찾아 개인 농장에서 키우던 선친으로 부터 물려받아 1985년부터 토종견 복원을 시작했다.
미국 유학에서 미생물유전학을 공부하고 고국에 돌아온 하 교수는 숱한 고생을 하며 멸종위기에 처한 삽살개 견종을 연구 복원하는 과정에서 동물유전학으로 전공까지 바꿔가며 우리 역사속의 새로운 토종견 관련 내용을 많이 발견하였다.
천연기념물 제368호 경산의 삽살개는 걸어 다니는 우리 토종개의 역사책이나 다름 없다. 지난 36년 동안 삽살개 개체수가 1만3,000여 마리를 넘는 숫자로 늘어가면서, 토종개 유전체에 잠재되어있는 역사속의 토종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그림에서만 보았던 바둑이 토종개가 나왔다. 장모(긴털)로만 번식해왔는데, 어느날 단모(짧은털) 토종개 가 나왔다. 요즘에는 털이 덜 엉키는 직모 (똑바른 털)의 토종개 방향으로 선택적으로 번식을 하고 있어,앞으로 장모견들 관리가 훨씬 수월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 계통번식을 꾸준히 하다 보니 삽살개는 튼튼한 골격을 가지고 있으며, 외국견에서 단일 품종으로 흔히 나타나는 특별한 유전병의 발견 사례가 아직까지는 없다.
같은 땅에서 같은 역사를 가지고 살아온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토종개들인 삽살개, 진도개, 동경이, 그리고 풍산개들은 생김새와 크기가 서로 다르면서도, 유전학적으로 비교했을 때는 다른 외국 견종하고는 당연히 거리가 있지만, 토종견들끼리는 유전체(genome) 상으로는 가까운 견종들이다.
21세기 최첨단 과학으로 우리와 함께 해온 토종견의 유전체를 분석해보니 우리 토종개들의 풍성한 국내 견종의 유전자를 모두 가진 개는 역시 삽살개 견종이였다. 현재 최첨단 과학으로 국내 대학에서 진행중인 우리 토종개들의 유전체 25억 염기쌍(base pairs) 초기 분석을 보면, 삽살개 유전체가 여러 아시아 견종의 다양성을 담고 있다..
종족적인 개성이 확연하게 정립되었으며, 육지와 떨어진 섬에서 외부 견종과 격리된 환경에서 순종으로 자연스럽게 계통번식을 해온 진도개의 유전체를 보면 비교적 명확한 단일 집단(homogeneous)으로 나온다. ‘꼬리가 없는 진도개’ 라고 불리는 동경이의 꼬리 없는(bobtail) 열성 유전자를 포함해서 나머지 동경이 유전체도 진도개의 유전체와 별로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본토의 대표적인 토종개 삽살개의 유전체에는 우리 진도개와 동경이를 비롯, 극동아시아 주변국가들의 견종들, 티베탄 마스티프, 퍼그, 시츄, 페키니즈 등의 유전적인 정보가 함축성 있게 포함되어 있다. 말하자면 삽살개의 유전체는 동아시아개들의 시조격인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가 수천년 동안의 동아시아의 변화무쌍한 인류의 역사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는 것이 삽살개의 이종(異種) 견종(犬種) 유전체에서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외국에서는 선호하는 모양과 성격의 개들을 제한된 숫자의 ‘시조’ 개로부터 어쩔수 없이 근친번식을 통해서 개량해온 순수 혈통의 견종이라면, 우리 토종견 삽살개의 경우는 상당히 다양한 견종들의 방사환경에서 자연번식해온 순수 혈통의 자연산으로 다양한 유전체를 가진 건강하고 훌륭한, 걸어다니는 역사의 유산이며 우리 문화의 보물 중의 보물이다.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우리·문화·역사 Visual History & Culture of Korea 전체 프로젝트 모음은 다음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kang.org/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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