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신의 키워드는 애민정신이다. 그래서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갈파한 공직은 곧 ‘머슴살이’였다. 머슴처럼 백성을 받들고 살핀다. 쉽지 않은 치민(治民)의 지침이기에 호치민도 번역한 조선 실학자의 그 책을 늘 옆에 두었다 한다.
이임을 앞둔 한 외교관이 있다. 그의 지난 3년을 돌아보며 문득 다산의 ‘머슴살이’가 떠올랐다. 요즘말로 하면 ‘public servant’다.
그의 부임 일성은 “맞춤형 영사 서비스 제공과 동포들의 만족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였다. 의례적인 의욕이었기에 마음에 크게 담아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말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공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한인들과의 소통을 위해, 그는 경이적인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에게 휴일이란 단어는 없었다. 한인단체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면 거리와 시간을 마다 않고 달려갔다. 한인 행사 대부분이 토, 일요일에 몰려 있기에 주말에도 그는 늘 ‘근무 중’이었다.
몇 시간을 달려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인들을 면회하고, 미국 한인경찰협의회 발족을 지원하고, 점심시간에도 중단 없이 영사 민원이 처리되도록 했다.
한인사회의 숙원사업인 커뮤니티 센터 건립을 지원하기 위해 그가 쏟은 노력은 필설로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모금 음악회에서는 직접 연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물론 한인사회만 상대한 건 아니다. 한인들의 권익과 연관된 숱한 주류사회 행사도 쫓아다녔다. 한국 지자체와 미 지방정부의 교류 지원에도 아낌없이 시간을 쏟았다. 그의 능력과 열정을 오래 접한 미국의 공직자나 정치인들은 ‘보기 드문 외교관’이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칠 법도 한데 그는 매사에 성의를 다했다. 항상 열린 자세와 정중한 태도로 임했다. 터무니없는 비방의 언어에도 그는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행동을 삼가는 율기제행(律己制行)의 태도였다.
그 외교관의 진심과 열정의 릴레이는 3년 내내 이어졌다. 그를 보며 “머슴이 따로 없구나” 하는 얄궂은 생각마저 들었다. 공공 봉사자로서의 공직자의 표상을 보는 듯했다.
그가 이달 말 귀임한다. 김동기 총영사. 그의 열정과 진심이 새로운 외교의 영역에서 다시 빛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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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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