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은 독립전쟁 직후인 1789년 신생 공화국의 안보를 위해 전쟁부를 창설했다. 전쟁부는 육해군 관리와 군사 요새 건설, 인디언과의 전쟁 등을 두루 수행하다가 1798년 해군부가 창설되면서 주로 육군 업무와 군사작전을 담당하게 된다. 19세기 남북전쟁 때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구실로 언론 검열, 민간인 체포와 구금 등 미국 헌법에 위배되는 사실상의 독재 권력을 행사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 군사 패권의 상징 부처로 자리잡았다. 전쟁부는 미 정부가 1947년 군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전쟁부와 해군부, 공군부를 통합해 국방부를 만들면서 사라졌다.
전쟁부 명칭은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일반적이었다.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 등 열강들은 미국처럼 육군을 전쟁부가 담당하고 해군부 등을 따로 두는 방식으로 군을 운영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전쟁 재발 방지 의지를 담아 방어적 개념의 국방부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프랑스 정도만 2017년부터 국방부 대신 군무부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해외 파병, 국제 안보 협력, 핵 억지력 등에서 공세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국방부의 보조 명칭을 전쟁부로 바꾸면서 역사 속 유물을 다시 소환했다. 대외적으로 전쟁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가자지구 인종 청소’를 비판하기는커녕 “전쟁 영웅”이라고 치켜세운 뒤 “나도 그렇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 예멘의 친이란 반군,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 대해 속속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79번째 생일에는 대규모 열병식까지 열었다. 반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다. 자국 이익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형식적이나마 인권·민주주의를 내세우던 과거 미국 지도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트럼프발 약육강식의 시대를 맞아 기댈 곳은 우리 힘밖에 없는 것이 냉엄한 국제 현실이다.
<최형욱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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