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얼마 전 하버드대학의 학생 신문 ‘크림슨’지에 흥미로운 사설이 실렸다.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었다. “하버드에서 이제는 노트북을 금지할 때이다.”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있는 하버드의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노트북 화면에 갇혀 이메일을 쓰거나 게임을 하는 현실을 고발한 글이었다. 글을 쓴 학생 기자는 교수 개인의 선택에 맡기지 말고, 학교 차원에서 아예 노트북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말해 최고의 대학,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입학한, 말 그대로 지성의 정점에 서 있는 하버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는 실로 충격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 읽지 않는 아이들최근 발표된 국가 학업 성취도 평가(NAEP, Nation’s Report Card)는 이러한 위기를 수치로 확인시켜 준다.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수학과 읽기 점수는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균 읽기 점수는 1992년 이후 가장 낮았으며, 무려 3분의 1의 졸업반 학생들이 기본적인 독해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 단순히 글을 읽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글의 의미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는 능력 자체가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시험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이다.
읽기 능력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지문을 정확히 읽지 못하면 답을 찾을 수 없고, 과학 개념을 이해할 때도 설명문을 해석하지 못하면 진도를 따라갈 수 없다. 결국 읽기 능력의 부재는 모든 학문 분야에서 학습을 가로막는 치명적 결핍으로 이어진다. 부모와 학교가 자녀에게 독서를 권장하고, 글의 의미를 함께 토론하며 사고를 확장시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하버드 강의실의 풍경은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세계적 명문대 학생조차 노트북과 휴대폰 화면에 몰입한 채 눈앞의 자극에 쫓기고 있다. 이메일, 게임, 쇼핑은 그 자체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수업에 몰입하고 깊이 생각하는 힘을 앗아간다. 결국 학생들은 주어진 틀을 깨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기보다, 피상적인 정보 소비와 즉각적 자극에 익숙해진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토머스 케인 교수는 PBS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현상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하위 10% 학생이 2015년 이후 약 두 학년 분량의 학습 손실을 겪었으며, 이는 평생 소득의 5%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히 성취 격차가 벌어지는 수준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케인 교수는 시험 기반 책무성 약화,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 그리고 팬데믹 이후 높아진 결석률을 원인으로 꼽았다. 결국 교실에서 집중력이 무너지는 문제는 환경과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 도전하지 않는 아이들읽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틀을 깨지 못하는 학생들은 결국 도전하지 않는 세대로 성장한다. NAEP 결과에서 보듯, 이미 많은 학생들이 기본 학력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장차 상위권 소수 학생만이 도전의 기회를 독점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가 바라는 창의적 리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혁신가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는 나오기 어렵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키워야 하는 목표는 단순히 평균 이상의 학생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아이이다. 100명 중 99명이 틀 안에서 안주할 때, 단 1명이 과감히 틀을 깨고 도전한다. 그 1%가 세상을 움직이고, 변화를 이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아이가 그 1%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323)93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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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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