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울며 떼쓰는 어린 자녀를 달래는 부모를 보면 아이보다 부모가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아이가 우는 이유를 불문하고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답답하고 당황스럽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자녀를 키워 본 부모라면 어린 자녀가 갑자기 울며 떼를 쓰기 시작하면 부모로서의 자상함과 냉정함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게 된다.
이른바 ‘울화 행동’(Tantrum)이라고 불리는 이런 행동은 정상적인 성장 과정에서 아이들이 적어도 한번쯤 겪게되는 현상이다. 아이들의 정상적인 성장 과정임을 모르는 부모중에는 아이들의 울화 행동에 정상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모를 때가 많다. 대신 아이들이 떼를 쓰는 것은 잘못 된 행위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자녀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지 않고 어른도 화로 아이의 울화 행동에 대처하려고 하는데 아이의 화난 감정만 악화시킬 뿐이다.
미네소타 대학의 마이클 포트갤 신경학과 부교수는 “‘무엇이 아이들의 울화 행동을 만드나’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울화 행동의 원인에는 ‘화’(Anger)와 ‘절망’(Distress), 여기에 ‘슬픔’(Sadness)까지 복합적으로 녹아있다”라는 것이 포트갤 교수의 설명이다. 울화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 화가 가라앉는 과정에서 절망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슬픔에 북받쳐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일반적인 울화 행동의 단계다. 아이들이 울화 행동의 마지막 단계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울음이 부모로부터 ‘위안’과 같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헬렌 에거 아동정신과전문의에따르면 2세 아동중 약 75%는 3개월에 적어도 한차례 이상 울화를 터뜨리는 행동을 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3세가 되면 울화 행동 횟수가 더 잦아지고 4~5세 이상이 되어야 횟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울화 행동은 아동 성장 과정에서 불안한 감정과 공격적인 성향이 최고조에 이를 때 나타나는데 언어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연령대가 흔히 보이는 감정 표현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부모는 울음을 그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떼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까? 부모가 가장 먼저 조심해야 하는 대처법은 단순히 말로 달래려는 시도다. 에거 교수는 “울화 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부모의 말에 반응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대신 부모는 자녀를 품을 수 있는 ‘그릇’(Container)이 되어야 한다”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충고했다.
포트갤 박사는 울화 행동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울화 행동을 통해서 부모의 주의를 끌려고 하는가, 아니면 음식이나 장난감 등 눈에 보이는 것을 원하는 것인가, 하기 싫은 행동을 멈추기 위한 목적인가 등 울화 행동을 보이는 이유를 파악하면 적절히 대처하는데 도움이 된다.
에거 교수에 따르면 아이들이 배고프거나 피곤할 때 울화 행동을 자주 사용한다. 또 일상적인 생활 패턴과 많이 다른 일이 발생할 때도 울화 행동이 나타나기 쉽다. 화나 절망이 원인이 된 울화 행동은 심각한 증상으로 나타날 때가 많고 별다른 이유 없이도 울화 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 집안에서보다 학교나 교회, 유치원 등 공공 장소에서 울화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는 부모들의 주의가 더 필요한 경우다.
또 울화 행동이 하루에 한번꼴로 잦고 사람을 차거나 무는 공격적인 행동, 물건을 부수는 등 심각한 행동이 뒤따르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도 분류된다. 심각한 울화 행동을 나타내는 어린 자녀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자녀가 성장해 불안, 초조, 우울증 등 정서 장애로 발전할 수 있기때문에 부모가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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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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