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 여자도 첫 키스도 첫 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얼마나 눈부신가
다시는 안 돌아오는 한번 똑딱 한 그날의 부엉이
눈 속의 시계점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도 또한 좋은 일이다
그때는 몰랐다
안 돌아오는 첫밤, 첫서리 뿌린 날의 새벽 새떼
그래서 슬픔과 분노의 흔들림이 뭉친 군단이
유리창을 터뜨리고
벗은 산등성을 휘돌며 눈발을 흩뿌리던 그것이
흔들리는 자의 빛줄기인 줄은
책상도 의자도 걸어논 외투도
계단도 계단 구석에 세워둔 우산도
저녁 불빛을 단 차창도 여행을 가서 안 돌아오고
없었다. 없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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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한다, 삶이 여행이라고. 하지만 여행이라면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여행이 남겨준 여러 가지 추억을 안고 말이다. 하지만 삶이라는 여행은 여행지에서 또 다른 여행지로 가는 끝없는 여행일 뿐이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돌아가지 못한다. 첫 여자도 첫 키스도 물론 돌아오지 않는다. 그날, 헐벗은 산등성이를 휘두르던 눈발은 그것을 알고 있었던가 보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그리 슬픔과 분노로 몸부림쳤겠는가.
<
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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