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대신
파이를 만들었지
시간은 비슷하게 들었지만,
파이는 탈고된 작품이 됐고
시라면, 여전히 갈 길이 멀었겠지
몇 날, 몇 주, 그리고 구겨진 파지더미
파이는 벌써 관중을 열광시키고 있어
주방에 흩어진 작은 트럭들과 불자동차 사이에서
모두들 이 파이를 좋아할 거야
사과, 크랜베리 그리고 마른 살구가 들어있는
파이, 많은 친구들이 세상에 왜,
겨우 하나만을 만든 거냐고 하겠지
이런 일, 시에는 일어나지 않지
이 아침, 나는
알 수 없는 슬픔 때문에
호응하는 구매자를 선택하기로 했어.
기다리고 싶지 않았지
일 주, 일 년, 한 세 대
그 언젠가 찾아 올,
소비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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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왜 시를 쓰는 것일까. 시는 밤낮을 고뇌하며 써도 보상은 별로 없다. 알면서도 시인들은 때로는 한 조각 파이만도 못한 시를 쓴다. 좋은 시도 쓰고, 그저 그런시도 쓰고, 안 써도 좋았을 시도 쓴다. 왜일까? 그것은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엔 맛나게 빵을 굽는 이가 필요하고, 그리고 고뇌하는 시인도 필요하다.
둘 다 다만 좋은 삶을 바라는 우리들의 노동이다. 시를 쓰는 대신 파이를 만들어 보는일, 파이를 만드는 대신 한 줄의 글을 써보는 일도 좋은 일이겠다
<
Grace Paley,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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