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트·휴스턴·LACMA 등 18곳에 한국 상설전시관
▶ ‘조선미술대전’ 순회전 등 대형 기획전 잇단 성사

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꾸며진 휴스턴 미술관의 한국미술 갤러리와 크리스틴 스타크만 큐레이터.
지난 12월의 어느 오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한국미술 갤러리는 좀 부산스러웠다.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에서 온 고위관리들이 전시 디스플레이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 자리에서 오승제 뉴욕 한국문화원장과 대니얼 H. 와이스 메트 회장은 메트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간에 장기간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의식을 갖고 서명했다.
협약 내용은 한국 정부가 내년부터 2018년까지 총 1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이 지원금은 2018년 개최될 한국미술 특별전을 비롯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실 전시 환경개선사업과 한국 박물관으로부터의 대여, 프로그램 확충, 공동 학술 프로젝트 개최 등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한국미술품 전시를 위해 한국 정부나 관련기관들이 한국 기업들과 연계하여 미국 뮤지엄들에 돈 비를 내리는 일은 처음이 아니다. 메트의 코리아 갤러리는 한국 외교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선물로 1998년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미국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귀중한 미술품을 대여하는 등 뮤지엄 전시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이 유별난 점은 미국 뮤지엄들 안에 한국미술의 상설 전시공간을 설립하고 유지하는 일과 자국의 전통미술 및 현대미술을 홍보하기 위한 전시에 조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인들이 한국 미술품을 구경하고 감상할 기회가 상당히 제한돼있기 때문에 풍요로운 한국 문화예술에 주목을 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윤금진 국제교류재단 워싱턴 사무소장은 말했다.

LA카운티 미술관과 휴스턴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당신의 밝은 미래’ 전시 도록.
25년전 설립된 국제교류재단은 미국내 18개 뮤지엄 안에 한국미술 갤러리를 만들어놓는 일에 산파역할을 했다. 휴스턴 미술관, 클리블랜드 미술관, 시애틀 미술관, LA카운티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등이 그들이다. 윤 소장에 따르면 이 일에 900만달러 이상이 소요됐다. 그러한 지원이 없었다면 이들 중 많은 갤러리는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뮤지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지난 해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열린 ‘조선미술대전’ 오프닝에서 한국 승려들이 영산재를 시연하고 있다.
한국이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정치적인 면과 문화적인 면 모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중앙 통제적인 계획과 정부가 장기적인 경제개발 계획 및 투자에 직접 나서는 일에 익숙하다”고 티모시 F. 러브 필라델피아 미술관 관장은 말한다. 이 미술관은 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코리안 갤러리를 업그레이드하는 지원금과 함께 앞으로 수년간 다른 프로젝트에도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금을 받았다. “그들은 문화의 보급을 경제 정책의 한 도구로 보고 있다”고 러브 관장은 말했다.
한국인들은 또한 진짜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다. 오승제 뉴욕 한국문화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테크놀러지와 전자 부문에서 급성장한 나라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만큼 문화예술의 자원도 풍부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러브 필라델피아 미술관 관장도 역사적으로 한국의 문화는 그늘에 가려져왔다고 덧붙인다. “미국 내 동아시아 미술품 콜렉션을 한번 살펴보십시오. 일본과 중국의 것이 한국미술보다 훨씬 더 두드러집니다. 그러나 한국 미술은 역사적으로 일본인들과 중국인들로부터 굉장히 중요하게 취급받아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미술실이 있는 뮤지엄들에게는 지속적인 서포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휴스턴 미술관은 한국미술 갤러리를 짓느라 47만달러를 받고 난 후에도 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프로그램을 위해 3만달러를 지원받았다.
2010년에는 대형전시 ‘당신의 밝은 미래: 한국 현대미술작가 12인전’(Your Bright Future: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을 기획하고 전시하는 프로젝트에 15만달러가 지급됐다. 이 전시는 미국의 뮤지엄에서 한국의 현대미술을 제대로 조명한 첫 번째 주요 전시였다. ‘당신의 밝은 미래’ 전시를 공동 기획했던 LA 카운티 미술관도 이 전시를 위해 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았고 한국 운송기업(한진)의 후원도 받았다. 그때 이후로 국제교류재단은 한국미술의 프로그래밍을 위해 더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다.

‘조선미술대전’은 LA카운티 미술관에서도 열려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런 한편 한국은 미국인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수년전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러브 관장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과 접촉해 조선왕조의 미술품을 미국에 선보이는 전시 가능성을 타진했다. 결과적으로 이 계획은 양국간의 문화 교환전으로 발전해 휴스턴 미술관, LA 카운티 미술관 등 3개 뮤지엄이 공동 기획하는 ‘조선미술대전’ 순회전이 열리게 됐다. 답례로 이 3개 미술관은 미국 미술을 소개하는 대형전시를 한국으로 보내주었다.
한국은 또한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일련의 웍샵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제교류재단이 26개국의 한국미술 관련 큐레이터들을 초청해 한국을 여행시켜주면서 미술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문화 유적지를 방문하며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와 기술적인 정보, 적절한 디스플레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현재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아트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고 있지만 한국은 해외 미술관 후원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오승제 문화원장은 말했다. “경제적인 번영과 문화적 융성함은 손잡고 나란히 함께 간다고 믿는다”는 그는 “경제 침체기에 오히려 더 많은 문화예술 홍보가 중요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사업의 하나로 문화 융성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그는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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