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찾아온 금융 위기는 전 세계를 강타했지만 그 와중에도 별 피해를 입지 않은 곳도 있었다. 바로 아이오와를 중심으로 하는 미 중서부 곡창 지대가 그곳이다.
이 일대는 피해를 안 입은 정도가 아니라 그 후 수년 동안 근래 보기 드문 호황을 누렸다. 곡물가의 폭등 때문이었다. 2006년 부셸 당 2달러 하던 옥수수 가격은 2008년에는 7달러를 넘어섰고 2009년 잠시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2013년에는 다시 8달러를 돌파했다.
농지 가격도 곡물 가와 함께 동반 상승, 2000년대 초에 비해 3배가 넘게 올랐다. 아이오와 농부들 얼굴에 함박꽃이 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곳 농부들은 더 이상 웃지 않는다. 지난 2년 사이 옥수수 가격이 최고치의 1/3 수준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미국 농촌 가구 소득은 불과 2년 사이 54%가 감소했다.
웃지 않는 것은 농부들뿐이 아니다. 한 때 석유 생산의 첨단 기법인 셰일 암반 분쇄 기술로 오일 붐이 일었던 노스 다코타도 최악의 버스트를 경험하고 있다. 새 기법을 이용한 석유가 쏟아져 나오며 기름 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이미 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석유 노동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놓은 주택 단지는 유령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 석유 생산의 대명사 텍사스 석유 회사들도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삭감했다.
떨어지고 있는 것은 곡물과 석유 가격만이 아니다. 구리를 비롯한 각종 광물과 우유, 커피 등 식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원자재 값이 하락하고 있다. 이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중국 경기의 둔화를 들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원자재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는데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이 그 주요 원인이었다. 지난 20년 간 중국은 인구 100만 명 크기의 신도시를 200개 이상 건설했으며 이로 인한 원자재 수요가 가격 폭등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 중국 경제가 지금 급속히 식고 있다. 중국 경제는 지난 3/4분기 6.9%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6년래 최저 수준이다. 중국 중앙은행은 더 이상의 둔화를 막기 위해 지난 주 기준 대출 금리를 0.25% 인하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한 때 중국, 인도, 러시아와 함께 BRIC의 일원으로 각광받던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중국으로 수출이 감소한데 이어 주 수입원인 원자재 폭락으로 이중고에 시달리며 바다에 던져진 벽돌처럼 가라앉고 있다.
물론 원자재가 하락으로 모든 사람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때 고유가로 생사기로에 섰던 항공사들은 경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유가가 폭락하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도 고유가 때문에 구매를 꺼리던 소비자들이 트럭과 SUV를 마구 사들이는 바람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좀처럼 내려가지 않던 LA 개스 값도 일부 지역은 갤런 당 2달러 60센트 대까지 내려가며 운전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원자재 가격은 붐과 버스트를 되풀이 해 왔다. 가격이 올라가면 생산이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시장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하락세도 언젠가는 멈추겠지만 당분간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의 붐이 워낙 컸기 때문에 물량은 넘치는데 이를 소비해줄 중국 경기가 다시 고성장으로 돌아서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의 둔화는 중국인과 원자재 생산자들에게는 나쁜 뉴스지만 오랫동안 높은 장바구니 물가와 기름 값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바람은 없다”라는 미국 속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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