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미다스다. 프리지아의 왕이었던 그는 손을 대는 물건마다 황금으로 만드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미다스에게 원래 이런 능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왕이 된 후 농부들이 술에 취해 쓰러진 인물 하나를 왕궁으로 데려왔다. 미다스는 이 사람을 극진히 대접했는데 알고 보니 ‘포도주의 신’ 디오니수스의 양부였다.
이 소식을 들은 디오니수스는 그에게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말했고 그는 자기가 만지는 것은 모두 금이 되게 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황금 제조 능력을 갖게 된 미다스는 처음에는 좋아했지만 만지는 것이 모두 금이 되는 바람에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었다.
품에 안긴 딸마저 금으로 변하자 그는 디오니수스를 찾아가 이 능력을 없애 달라고 간청했고 디오니수스는 팍톨루스강에 가 몸을 씻으라고 말했다. 그대로 하자 그가 만져 황금이 됐던 것들은 모두 원래대로 돌아왔다.
한번 혼이 나고도 그는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했다. 숲의 신 판과 아폴로 사이에 음악 경연 대회가 열렸을 때 모든 사람이 아폴로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그만은 판의 편을 들었다. 분노한 아폴로는 “너에게는 당나귀 귀가 더 어울린다”며 그의 귀를 당나귀 귀로 만들줬다.
항상 터반을 쓰고 있어 이 사실을 다른 사람은 몰랐지만 이발사만은 알고 있었다.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왕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입이 근질거렸던 이발사는 갈대밭에 가서 이를 불었고 그후 갈대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이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다. 미다스는 결국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음독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미다스 이야기는 신화에 가깝지만 역사적으로 누구보다 황금을 사랑했던 인물이 있다. 프리지아의 이웃 나라 리디아의 왕 크뢰수스다. 그는 사금으로 유명한 팍톨루스강(미다스가 씻었다는 바로 그 강이다)의 금을 이용해 기원전 6세기 세계 최초로 금화를 만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돈을 버는데는 장사만한 것이 없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려면 이를 매개할 돈이 필요하다. 국가가 공인한 금화는 보관과 교환이 용이하고 신뢰도가 높아 널리 통용됐고 이에 따라 무역과 상업이 번창하면서 크뢰수스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다.
그런 그에게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대적 정치 경제 개혁을 단행한 후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고 세상을 떠돌던 아테네의 현자 솔론이 찾아왔다. 크뢰수스는 솔론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솔론은 가장 행복한 사람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텔루스라고 말한다. 그의 자녀들은 모두 장성했고 그는 애국자란 칭송과 함께 땅에 묻혔으니 인간이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행복한 사람은 누구냐고 묻자 어머니에게 효를 다하고 잠자다 평안히 숨을 거둔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라고 말한다. 분노한 크뢰수스가 나는 몇번째냐고 묻자 인간의 운이란 변덕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죽기 전에는 누구도 행복하다 말 할 수 없다고 답한다. 크뢰수스는 형편없는 늙은이라며 솔론을 쫓아보낸다.
그 후 돈만으로 욕심이 차지 않은 크뢰수스는 이웃 페르샤를 침공하기로 하고 델피의 신탁에 전쟁의 승패를 물었다. “침략을 하면 거대한 제국이 무너질 것”이란 답을 들은 그는 뛸듯이 좋아하며 전쟁을 시작하지만 참패해 포로의 몸이 된다. 화형에 처해져 장작더미에 오르면서 크뢰수스가 솔론의 이름을 계속 부르짖자 폐르샤 왕은 그 까닭을 묻고 그가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자 감동한 왕은 그의 목숨을 살려준다.
역사가들은 이런 사실을 기록해 후세의 교훈으로 삼으려 하지만 별 효과는 없는듯 하다. 그 후 수백년이 지나 로마 시대에 크라수스라는 최고 부자가 있었다. 그는 소방대를 만들어 불이 난 집을 찾아 다니며 헐값에 팔지 않으면 불을 꺼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해 큰 돈을 번다.
그 정도 돈이면 대대손손 편안히 살 수 있었을텐데 카에사르가 지금의 프랑스인 골을 정복해 영웅이 되는 것을 보고 자기도 따라 해보겠다고 파르티아 원정에 나갔다가 참패해 포로가 된다. 파르티아인들은 황금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그의 소원을 들어준다며 목에 녹은 황금을 부어 죽인다.
지금 미국에도 황금을 몹시 좋아하는 인간이 있다. 집에 황금 변기가 있다는 이 인간은 2025년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사진틀부터 커튼까지 모두 황금칠 한 것으로 바꾸고 새로 짓는 무도회장도 황금으로 도배를 하려 한다고 한다. 절대 다수 미국인들은 이란전 이후 날로 오르는 기름값 등 생활비로 고통받고 있는데 그 일가족은 가상 화폐 회사를 차려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 인간은 정녕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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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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