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코스인 존 뮤어 트레일로 출발
첫날 9시간 걸어서 JMT 입구에 도착 야영
시애틀지역 한인 등산동호회인 ‘미주 아름다운 부부 산악회’의 민대홍 회장이 지난달 부인과 함께 세계 3대 트레일 가운데 하나인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을 10일에 걸쳐 트레킹 한 뒤 여행기를 본보에 기고했다.
JMT는 미국 본토 최고봉인 캘리포니아의 마운트 휘트니(1만4,505피트)에서 요세미티 계곡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 경관을 자랑하는 215마일 코스이다. 민씨가 전해 온 빙하기 이후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감동이 살아 숨쉬는 웅대한 자연공원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註
우리 부부의 JMT 트레킹은 지난달 14일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도시 비숍(Bishop)에서 난생 처음 해보는 히치하이킹으로 시작됐다. 너무 이른 시간으로 차량이 많지 않은데다 방향이 맞지 않아 1시간30분 이상을 기다리고 나서야 목적지인 사우스 레이크(South Lake)로 가는 세미 트럭 한대를 만났다.
일본인 3세인 조앤씨와 백인 남성인 쿠트 커플이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며 차를 태워줬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짐을 배낭 하나에 꾸려 넣고 따뜻한 자연의 품으로 떠나는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낮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 옆을 걷고, 저녁에는 자연산 송어를 잡아 모닥불에 구워 먹는 평화로운 곳이지만, 밤에는 언제 찾아올지 모를 곰을 걱정해야 하는 JMT로의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지난 2009년 세계 3대 트레일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 밴쿠버 아일랜드의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ast Trail)을 7일에 걸쳐, 그리고 지난 7월에는 페루 잉카 트레일을 5일에 걸쳐 다녀왔다.
하지만 JMT는 이들 트레킹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숙제를 안겨주기 때문에 선뜻 계획을 하고 떠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방대한 트레일을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포함된 북쪽구역, 마운트 휘트니가 포함된 남쪽구역,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중앙구역 등 3개로 나눠 걷기로 계획하고 지난 2012년 1차로 북쪽구역을 5박6일간, 그리고 지난해에는 남쪽 구간을 9박10일간에 걸쳐 이미 다녀왔고, 이번에는 9박 10일 동안 중앙구역을 여행하는 것으로 JMT 트레킹을 완성하기로 했다.
히치하이킹으로 사우스 레이크 트레일 입구에 도착해 각자 배낭을 메고 출발한다. 아내의 배낭 무게는 30 파운드, 내 배낭은 약 40파운드이다. 전체 10일 기간 중 6일치의 식량 등은 중간 지점에 우편으로 배달해놓았으므로 4일치 음식만 넣었다.
첫날 예정 거리는 12마일의 장거리로 ‘비숍 패스’(Bishop Pass, 1만11,972피트)를 넘는 쉽지 않은 코스다. 엄밀하게 말하면 첫날 12마일은 실제 JMT 거리와는 무관하게 JMT에 접속하기 위한 접근 트레킹이었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 감을 이겨가며 한발 한발 옮기다 보니 그 힘들다는 비숍패스도 어느덧 넘어가고 있었다.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볕도 천리길을 나선 우리의 의지에 한발 물러선 듯 시원한 고산의 찬바람으로 달래줬다.
거의 9시간을 걸어 예정된 야영지인 Le Conte Canyon에 도착하니 낯설지 않은 캠핑장이 우릴 기다린다.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첫날을 보내고 난 뒤 남쪽구역의 마운트 휘트니로 갔었다. 계곡의 뿌옇고 매캐한 연기가 우릴 잠시 긴장시킨다. 멀리서 난 산불의 연기가 계곡을 따라 낮은 지역으로 이동해 왔기 때문이다. “문제 없겠지” 하는 여유로운 마음 가짐으로 텐트를 치고 그렇게 JMT의 첫날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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