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 회의소집… 각국 책임 떠넘기기
▶ 난민신청 거부한 캐나다까지 불똥
물에 빠져 숨진 에이란(왼쪽)과 갈립 쿠르디의 고모 티마 쿠르디가 3일 캐나다의 자신의 집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오열하고 있다.
터키 남부 지중해 연안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어린이(본보 3일자 A11면 보도)의 신원이 공개된 가운데 유럽 난민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유럽 각국들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서로 떠넘기려는 듯한 인상들을 보여 빈축을 하고 있다.
유럽 연합은 오는 14일 브뤼셀에서 각료 회의를 개최하고 이 문제에 대한 집중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포화상태로 치닫는 유럽 난민문제를 10일이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AFP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터킨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 엎어져 숨져 있는 어린이는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 에이란 쿠르디(3)이다. 올해 초부터 고향에서 이슬람국가(IS)가 쿠르드족과 잔혹한 전쟁을 벌여 가족과 함께 떠나온 쿠르디는 터키에서 소형 보트에 몸을 싣고 2일 그리스 코스섬을 향해 떠났다가 보드룸 해변 인근 아크야라 지역에서 배가 뒤집혀 변을 당했다.
쿠르디 일행을 태운 소형보트 2대는 23명을 태웠는데, 모두 전복돼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 등 모두 12명이 숨졌다. 7명은 구조됐고, 2명은 구명조끼를 입어 해안에 닿았지만, 2명은 실종된 상태다.
쿠르디의 아버지는 “나는 아내와(마주 보고) 손을 잡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어느 순간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면서 “우리는 고무보트에 매달려 있으려고 했지만, 배의 바람이 빠지고 있었고, 어두운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쿠르디의 5세된 형과 어머니도 함께 숨졌다.
쿠르디의 가족은 올해 초 캐나다 정부에 난민자격으로 이민신청을 했지만 거부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쿠르디 고모는 캐나다 현지 언론내셔널 포스트에 “아일란의 가족 4명이 개인을 후견인으로 하는 ‘G5’ 이민에 해당해 터키에서 신청서를 냈다”며 “이민부는 터키를 거친 신청과정이 복잡하다며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비극의 불똥이 캐나다로 옮겨 붙고 있다.
이런 가운데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난민을 더 많이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집권 보수당 의원인 바론스 와르시전 외무차관은 1940년대 유대인 아동들이 열차를 타고 독일을 탈출해 영국에 왔던 전례를 들며 캐머런 총리에게 난민수용을 촉구했다.
한편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이 3일(현지시간) 다시 난민촌으로 바뀌는 등 대혼란을 겪고 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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