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대응 실패후 ‘에볼라 차르’ 임명…2명 사망으로 피해 최소화
▶ 연방기관은 ‘컨트롤 타워’…주 정부는 의심자 추적 관찰
에볼라 생존자인 간호사 니나 팸과 포옹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EPA)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로 대란을 겪은 미국의 대처 과정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확산하는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질병의 치료와 감염 확산 통제가 중요하거니와 ‘피어볼라’, ‘메르스포비아’로 불릴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공포심이 사태 진정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국토면적, 행정체계, 인종의 다양성에서 큰 차이를 보여 양국의 에볼라와 메르스 같은 질병 대처 사례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특히 각 주 정부가 완전한 자치권을 행사하는 연방제 형태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앙 집권적 성격이 강해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에볼라 사태가 확산하자 미국 연방 기관과 중앙 정부가 각 주 정부와 의료 기관에 국가 차원의 일원화한 방역 가이드라인을 긴급 전파하고 주도적으로 질병 통제에 나선 사실을 볼 때 메르스 환자 발생 15일 만에야 첫 민관합동긴급 회의를 연 우리나라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해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에볼라 사태에서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에볼라 창궐 국가인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출신 토머스 에릭 던컨이 에볼라 감염 증세로 작년 9월 28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 입원하고 이틀 후인 9월 30일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자로 확진 판정을 받자 미국 본토에 에볼라 공포가 번지기 시작됐다.
던컨의 미국 입국 과정에서 뻥 뚫린 공항의 방역 시스템과 병원의 오진 등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나라 전체의 보건을 총괄하는 연방 기관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주 보건 당국이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던컨은 10월 8일 사망했지만, 그를 치료하던 병원의 간호사 니나 팸(10월 12일)과 앰버 빈슨(10월 14일)이 차례로 2차 감염 판정을 받자 ‘피어볼라’는 극에 달했다.
에볼라 감염 증상을 보이던 빈슨이 비행기를 타고 다른 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방역 당국의 통제 시스템 붕괴는 또 한 번 실망감을 안겼다.
각 주의 의료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에볼라 대처 요령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은 것은 물론 방역 장비마저 보급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자, CDC와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미국의 의료·방역 시스템은 그야말로 궁지에 몰렸다.
주 보건 당국에 환자 치료와 감염 통제를 맡기던 CDC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서야 사태 발발 16일 만에 ‘컨트롤 타워’로서 사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CDC는 10월 15일 자국 내 2차 감염자인 두 간호사를 에볼라 치료 전문 병원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에모리대학 병원과 메릴랜드 주 베세스다의 국립보건원(NIH)으로 옮겨 치료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주 보건당국과 힘을 합쳐 에볼라 환자 격리·통제 지침을 재정비하고 감염자와 접촉한 이들의 소재를 면밀히 추적·관찰해 추가 감염을 막는 데 힘썼다.
내부를 먼저 단속한 CDC는 에볼라 창궐 3개국인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에서 오는 비행기의 미국 내 입국 공항을 5개로 제한하고 미국 세관국경보호국과 손잡고 10월 11일 뉴욕 JFK 공항을 필두로 워싱턴D.C. 덜레스 공항, 시카고 오헤어 공항,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공항, 뉴어크 리버티 공항에서 에볼라 입국 검사를 시작했다.
백악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서아프리카발 항공기의 운항 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대신, 10월 17일 두 명의 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론 클레인을 에볼라 총괄 책임자인 ‘에볼라 차르’로 임명하고 그에게 에볼라 확산 저지의 중책을 맡겼다.
의료전문가로 구성된 CDC와 NIH에 실질적인 대책 수립을 맡기고 중구난방 격인 이들 기관의 조정을 행정 전문가인 클레인에게 넘겨 정책을 원활하게 수행하겠다는 뜻에서다.
또 10월 18일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보건 자료에 기초해 독감 바이러스로 해마다 수천명이 사망한다면서 충분히 에볼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만큼 막연한 공포를 느껴서는 안 된다며 앞장서 국민을 안심시켰다.
연방 정부가 에볼라 확산 저지와 관련한 굵직한 대책을 세우고 각 주 …정부가 인권 유린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에볼라 감염 우려 대상자를 철저하게 격리, 통제한 덕분에 피어볼라의 공포는 차츰 수그러들었다.
초동 대처 실패로 시간이 걸리기는 했으나 미국에서는 11월 11일 뉴욕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가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에볼라 대란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사태 발발부터 종료까지 43일이 걸린 셈이다.
2014년 12월 1월 이래 에볼라에 감염됐거나 이 탓에 사망했다는 보고는 미국에서 나오지 않았다.
미국 내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자 4명을 포함해 미국에서 치료받은 에볼라 환자 11명 중 던컨과 시에라리온 국적의 의사 마틴 살리아 등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9명은 살아서 병원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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