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대급부 없이 국제적 공분 유발
▶ 요르단 여론도 ‘반 IS’로 돌아서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가 2명의 일본인 인질을 살해함으로 결정적인 ‘실착’을 범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IS는 지난달 31일 오전 일본인 언론인 고토 겐지(47)를 참수했음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 메시지’라는 영문으로 시작되는 영상에는 복면 남성이 등장, 아베 신조 총리를 겨냥해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동참하는 무모한 결정에 따라 고토 겐지를 참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느 곳에서건 일본인을 살해할 것”이라며 “일본인의 악몽이 시작됐다”고 위협했다. 동영상에는 고토의 참수장면을 담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IS는 지난달 23일 또 다른 일본인 인질 유카와 하루나를 처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방의 전문가들은 IS가 아무런 성과 없이 국제적 공분을 불러오면서 인질을 살해한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IS는 인질 참수라는 만행으로 상대국인 일본은 물론 국제적인 분노를 촉발시키고 요르단의 반 IS 정서를 고조시켰으나 반대급부로 아무 것도 챙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IS는 이번 인질협상에서 당초 일본 정부에 요구했던 2억달러의 몸값을 받지 못했으며 요르단 호텔테러를 저질렀던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를 석방시키지도 못했다.
IS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중동 순방길에 “이슬람 국가와 싸우는 주변 각국에 2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것”을 빌미삼아 인질살해위협으로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IS는 인질이라는 지렛대를 스스로 부러뜨림으로써 몸값도 벌지 못하고 상대국의 신경만 건드린 채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패착을 두었다.
겐지의 참수영상 공개 후 아베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은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테러리스트들이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 것이다"라며 “테러리스트의 비열한 행위에 분노하며 이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 주도의 IS 공습에 미온적 반응으로 일관하던 요르단 여론도 자국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가 연루된 인질사태 이후 반 IS 기류로 갈아탔다. 지난해 12월 시리아 공습에 나섰다 IS에 생포된 알카사스베 중위의 생사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그가 이미 처형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인질 살해의 역풍은 IS의 ‘몸값장사’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IS의 인질 참수가 거듭되면서 IS의 거점인 시리아를 찾는 외국 기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인질 몸값으로 벌어들이던 수입도 급감할 판이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하더라도 IS는 최소 23명의 서방 인질을 붙잡고 있었지만, 현재는 영국인 기자 존 캔틸과 미국 국적의 여성 자원봉사자 등 단 2명의 서방 인질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를 찾는 외국인의 발길이 끊김으로써 IS로서는 ‘걸어 다니는 저금통’으로 인식되던 인질 확보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악수를 둔셈이다.
미국 브린 모어 대학의 클락 맥컬리 심리학 교수는 “두 번째 일본인 인질을 죽인 것은 큰 실수로, IS는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며 “극단주의자들은 여러 측면에서 스스로의 가장 큰 적이기도 해, 이들에게 시간과 공간만 준다면 극단성으로 스스로의 기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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