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연가’ 이진영 감독
▶ 한인 이민 선조들의 숨은 이야기 ‘음악’이라는 언어로 기록

이진영 감독은 이화여대 언론정보학/영상학과를 졸업하고 하와이로 이민왔다. 하와이 한국일보 기자, KBFD-TV 앵커 등으로 10년간 일하고 2021년 첫 다큐멘터리 ‘무지개 나라의 유산’을 발표했다. 현재는 ‘나우 프로덕션’ 대표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역사 속 사랑의 흔적을 찾고 기록하는 영화 감독이 있다. 미주 한인 이민의 역사를 아름다운 음악과 스토리로 풀어낸 ‘하와이 연가’의 이진영 감독은 “세상을 보다 따뜻한 곳으로 만드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며 그가 이민 와 살고 있는 하와이를 시작으로 곳곳에 깃든 한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 8일 워싱턴 DC에 위치한 대한제국공사관에서 ‘하와이 연가’ 상영회가 열렸다. 이진영 감독이 직접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네마 토크 행사도 함께 열렸다. 그는 “120여 년 전 조선이 처음 세계와 문을 열며 외교의 첫발을 내딛었던 주미공사관, 그때 그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고, 그들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에 하와이로 향한 첫 이민의 길도 열렸던 것”이라며 “저는 앞으로도 그분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진영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진영 감독은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하와이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독립영화 감독이다. 미주 한인 이민 역사 속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 영화로 기록하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이십대 중반 하와이의 풍광에 반해 이민 왔다. 하와이 한국일보 기자로, 방송 앵커로 일하다 우연히 한인 이민 역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따라 카메라를 들게 됐다. 영화감독으로서 저의 작업은 ‘기억의 다리’를 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하와이, 세대와 세대를 잇는 다리다.
-미주 한인 이민 역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한 단어로 표현하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120여 년 전, 미지의 땅 하와이로 향했던 한인 이민 선조들의 선택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지만, 낯선 땅에서 그들을 지탱한 힘은 가족에 대한 사랑, 조국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제 작품들은 ‘사랑의 기록’이기도 하다. 첫 연출작 ‘무지개 나라의 유산’과 최근작 ‘하와이 연가’를 통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희는 이렇게나 큰 사랑을 받은 소중한 존재들이다.”
-‘하와이 연가’를 통해 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성인이 될 때까지 특별히 ‘역사’를 의식하며 살지 않았다. 그러다 하와이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1903~1905년 하와이에 도착한 초기 이민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역사가 제 삶 속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남긴 사랑 덕분에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 사실을 다음 세대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하와이 연가’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용기와 사랑에 바치는 헌사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어떤 헌신이 있었는지 함께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상영을 원하는 단체나 기관의 신청(www.theRainbowWords.com)을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 작품에서는 하와이를 넘어, 미국 전역의 초기 한인 이민자로 시선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분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기억이 세대를 거쳐 어떤 방식으로 계승되어 왔는지를 이번에도 ‘음악’이라는 언어로 탐구하고자 한다.
꽤 오랫동안 첼리스트를 꿈꾸며 음악과 함께 자라왔다. 비록 무대 위 연주자는 되지 못했지만 음악이 사람과 사람, 시대와 시대를 잇는 가장 보편적이고 깊은 매개라고 생각한다. ‘사라져 가는 이야기들을 예술로 기록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제가 받은 사랑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 이것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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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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