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자기 누나를 부르는 정확한 명칭은 ‘은나’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말을 하기 시작하고 누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 발음이 안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은 ‘은나’라고 부르고 있는 줄 알게 된 건 얼마되지 않았다. 몇 년 전 미국에 방문하신 어머니께서 “쟤는 누나를 ‘은나’ 라고 부르네”라고 말씀하셔서 알게 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주의깊게 들어보니 정말 우리 아들은 누나를 ‘은나’라고 부르고 있었다. 우리 아들은 지금 5학년인데도 아직도 자기 누나를 ‘은나’ 라고 부른다.
처음엔 우리 아들이 여기서 자라서 발음이 어눌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아들도 ‘누나’가 맞는 말이라는 건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그걸 고치려고 시도한 적도 없고 고칠 필요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아들은 심지어 누나에게 줄 생일 카드에도 “은나, 생일 축하해.” 이렇게 써 놓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누나 친구라든가 아는 누나에게는 꼭 ‘누나’라고 한다.
발음도 정확하다. 그렇지만 자기 친누나에게만 ‘은나’ 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무도 거기에 토를 달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 딸은 나중에 동생이 커서 ‘은나’ 소리를 안 하게 되면 그것이 더 서운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딸은 동생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은나’였던 것이다.
‘김춘수’님의 ‘꽃’에서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의 구절처럼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건 정말 행복하고 가슴이 벅찬 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적어도 한 사람에겐 의미 있는 존재일 것이다. 아니 세상에 태어난 순간 이미 특별한 존재이고 의미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살면서 그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시라. 아마 누군가가 당신을 의미있게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당신이 바빠 살피지 못했던 의미있는 존재가 바로 옆에 있지 않은지……그리고 있다면 꼭 이야기하시길……”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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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용씨는 대학교에서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학습지 교사로 활동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며 사람과 사회에 관심이 많고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주변의 일상사를 시와 글로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현재는 습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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