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 8월 펜실베니아 유전에 투자했던 코네티컷 뉴헤이븐의 은행가 제임스 타운센드는 절망에 빠졌다. 야심찬 꿈을 안고 투자가들을 모아 시작한 석유 개발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투자가들의 돈을 모두 날리고 개인 재산까지 쏟아 부었지만 석유는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한 푼까지 톡톡 털어 체크를 써주고 펜실베니아 타이터스빌에 나가 있던 개발업자 에드윈 드레이크에게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 편지가 도착하기 바로 전 드레이크가 뚫은 유정에서 기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적한 농촌이었던 이 마을은 하루아침에 붐 타운이 됐고 드레이크와 타운센드는 일약 백만장자로 변신했다. 이것이 첫 번째 미 석유 붐의 시작이다.
그 이전까지 석유는 지표면에 올라온 것을 거둬내는 것이 유일한 수확 방식이었다. 땅에 드릴을 박아 파 올리겠다는 발상은 타운센드와 드레이크 등 극소수만이 해냈고 이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자 사람들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펜실베니아 북서부 인근 유정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자 사람들은 곧 생각을 바꿨다. 그리고는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너도나도 석유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중의 한 명이 인근 클리블랜드에서 무역업을 하던 존 록펠러였다. 그는 회유와 협박으로 동종 정유업자들을 구슬러 이를 통폐합한 후 생산에서 제조, 운송까지 석유에 관한 모든 분야를 장악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는 세계 최고 부호의 반열에 올랐고 동시에 미국을 세계 석유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독주는 그 후 러시아에서 유전이 발견되고 1차 대전 후 중동 석유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 쇼크는 세계 석유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그 후 오랫동안 중동 석유에 목을 맨 채 끌려 다니던 미국의 위상이 요즘 변하고 있다. 바로 ‘프래킹’(fracking)이란 신기술 때문이다. 프래킹이란 모래와 화학 약품을 섞은 물을 이용해 강한 수압으로 셰일 암반을 분쇄한 후 거기 들어 있는 기름을 추출하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바위 속에서 잠자고 있던 기름을 뽑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법이 도입된 후 하루 500만배럴에 불과하던 미 석유 생산량은 750만배럴로 늘어났으며 2019년까지 1,000만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미 세계 랭킹 2위의 석유 생산국이던 러시아를 제쳤고 201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뛰어넘어 세계 1위의 산유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미국은 명실상부한 제2의 석유 부흥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아직 미국 경기가 좋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프래킹 최적지의 하나인 배큰 암반대가 있는 노스다코타는 예외다. 얼마 전까지 석유가 거의 나지 않던 이곳은 이제 미국 전체 석유의 10%를 생산하고 있으며 경기도 어느 때보다 좋다. 요즘 석유 엔지니어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고 취업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분야가 이곳이다.
최근 석유 값이 연일 폭락하면서 올 여름 최고치에서 25%나 떨어졌다. 남보다 유별난 석유를 쓰는 가주는 예외지만 미 전국 평균 개스 값이 갤런 당 3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처럼 기름 값이 내리는 것은 세계 경기 침체 둔화에 대한 우려로 풀이되지만 프래킹을 통한 신기술 개발로 석유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타는 사람이 는 것도 다소 보탬이 됐을 것이다.
기름 값 하락은 소비자들에게 우선 좋은 일이지만 지정학적으로도 환영할 일이다.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이란과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이 모두 석유 수입에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석유 값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이들은 심한 재정 압박을 받게 될 것이며 반미 책동에도 지장이 불가피할 것이다. 유가 폭락은 오랫동안 나쁜 뉴스에 시달려온 미국인들에게 드물게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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