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라는 자녀들의 성적표를 보면 ABCD 혹은 F라고 해서 레터 그레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가 다니던 학교는 수, 우, 미, 양, 가를 사용했다. 요즈음에는 미국과 같이 ABC를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내가 익숙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미국식 등급보다는 한국식 등급이 더 친숙하고 정겹다.
레터 그레이드와 달리 수, 우, 미, 양, 가는 잘했다, 못했다는 의미만 가진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선생님들은 사랑의 의미로 이런 등급을 사용하셨다.
수(秀)라는 글자는 ‘빼어날 수’로 매우 우수하다는 뜻이다. 우(優)는 ‘넉넉할 우’로 도탑다, 잘한다는 뜻이며, 미(美)는 ‘아름다울 미’로 역시 좋다는 뜻을 갖고 있다. 양(良)은 ‘어질 양’으로 ‘좋다’ ‘어질다’ ‘뛰어나다’의 뜻이 있어, 말 그대로 ‘good’ 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 우, 미, 양이 나름대로 좋은 의미로 잘한다는 뜻이라면 ‘가’만은 못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놀랍게도 가(可)는 ‘옳을 가’를 쓴다. 못한다가 아니라 ‘괜찮다’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수, 우, 미, 양, 가 어느 하나도 “넌 못하는 아이야. 포기해야 돼. 가능성이 없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등급은 없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성적표를 작성하면서도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시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수 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때 그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우리 마음에 감동으로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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