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공포의 냄새’라는 문장 자체가 생경하지만 의외로 많은 동물들이 이 냄새를 맡는다. 예컨대 말미잘, 지렁이, 피라미, 초파리, 쥐, 생쥐, 사슴 등의 동물들은 특정한 향기를 맡았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필라델피아 소재 모넬 화학 감각 센터의 찰스 J. 위소키 박사는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이 냄새와 같은 무성신호로 커뮤니케이션하게 될 개연성은 나름 설득력이 높다고 말한다.
“위험상황에서 비명을 지르거나 마구 뛰어 다니지 않고도 동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요? 사실 영장류는 시각에 많이 의존하도록 진화해왔어요. 때문에 공포 감지를 포함한 후각기능은 2선으로 후퇴했죠. 하지만 아직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재 인간이 후각으로 공포를 감지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단지 공포를 느꼈을 때 땀을 비롯한 인간의 체취가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하려는 시도는 몇 차례 있었다.
한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을 두 부류로 나눠 A그룹에게 공포영화를 보여준 뒤 겨드랑이에서 땀을 채취해 B그룹 사람들에게 냄새를 맡도록 했다. 그러자 B그룹에서 미묘한 무의식적 반응이 관찰됐다. 애매한 표정을 지은 사람의 사진을 보고 공포를 느낀 표정이라 판단하는 경향이 늘었고, 눈을 강하게 깜빡이는 등 공포를 느꼈을 때 나타나는 행동들을 보였다.
그러나 이 연구는 공포에 연관된 땀이 행복이나 성적 흥분에 연관된 땀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공포에 대한 인간의 후각적 변화를 연구 중인 미국 베일러 의대의 데이스 첸 박사는 이렇게 밝혔다.
“이 분야의 연구기법은 일천하기 그지없습니다. 실험실에서는 피실험자들의 감정 제어가 힘들다는 것도 한계에요. 겁을 먹게 하는 것은 쉽지만 행복하게 만들기는 정말 어렵거든요.”
이뿐만이 아니다. 실험을 정확성을 위해 피실험자는 최소 수일동안 향수나 비누, 데오도런트 등과 접촉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우리들이 몸에 바르는 모든 향기를 감안하면 땀에 배어 있는 공포의 흔적 찾기는 거의 불가능한 도전일지 모른다.
그나마 한 가지 긍정적 연구결과는 있다. 위소키 박사팀이 어떤 사람들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다른 사람의 체취를 맡을 수 있다는 증거를 찾아낸 것.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연구를 수행하면 인간의 체취에 포함된 공포 냄새 분자가 발견될 가능성도 결코 배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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