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2000년이 밝았을 때 미국인들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라이벌 소련은 공산주의 몰락과 함께 해체되고 1990~1991년 짧은 불황을 거친 후 미국 경제는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1만1,000을, 하이텍 붐과 함께 나스닥은 5,000을 돌파했다.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은 없고 미국 경제는 영원한 호황을 누릴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해부터 다우는 2년 넘게 추락해 반 토막이 났고 나스닥은 80%가 폭락하며 하이텍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했다. 설상가상으로 알 카에다의 월드트레이드 센터 공격으로 미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외국인의 공격을 받고 본토에서 사망했다.
1929년 대공황 재현을 우려한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는 1%대로 연방 금리를 풀어 대응했고 이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얕은 불황을 겪은 후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 초저금리는 부동산 광풍에 불을 붙여 미국은 하이텍 버블보다 더 심각한 주택 버블에 휘말렸다.
불과 수 년 전 하이텍 주식을 상대로 하던 ‘묻지마 투자’가 주택을 상대로 재현됐다. 부동산 투기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미국 주택 값은 떨어지는 법이 없다”는 해괴한 논리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그 결과가 전 세계 경제를 마비시켰던 2008년의 금융 위기였다는 것은 모두 아는 바다.
그 금융 위기가 가까스로 수습된 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았다. 하이텍 버블에 이은 주택 버블은 인간은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근 부풀어 올랐다 터지고 있는 하이텍 주식 붐은 이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나스닥이 4,000을 넘으면서 하이텍 주식들은 폭등을 거듭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이제 이들은 폭락세로 돌변하고 있다. 사이버 시큐리티 회사인 파이어아이는 3월5일 정점에서 72%, 광고 테크놀로지 기업 로켓 퓨얼은 61%, 소프트웨어사 스플렁크는 50%, 소셜 미디어사 트위터는 41%, 전기 차 회사 테슬라와 아마존 모두 28% 폭락했다.
이런 폭락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수익 대비 가치는 아직도 비싸다. 테슬라의 내년 수익 대비 주가비율(PE)은 89로 3월의 117보다는 내려왔지만 스탠다드&푸어 500대 기업 평균 15의 6배에 달하고 있다. 소형 하이텍 기업이 가라앉으면서 이들이 자리 잡고 있는 러셀 2000 지수는 최고치 대비 10%가 빠졌다. 그러나 이런 하락에도 이들 기업의 PE 비율은 하이텍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보다 높다. 일례로 트위터의 경우 지난 3월 1,154까지 치솟았다 지금 285까지 내려왔지만 아직도 S&P 주식 평균 PE의 30배에 가깝다.
이런 하이텍 주식의 균열에도 불구하고 다우존스와 S&P 500지수는 12일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들의 내년 대비 수익 가격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내년 대비 수익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예상치라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난 10년 수익 대비 가격이다. 이를 만든 사람은 2000년의 하이텍 버블과 2007년의 주택 버블을 모두 맞히고 노벨상까지 받은 로버트 실러 교수다. 10년 수익을 평균 내면 불황과 호황 때 가격이 모두 반영돼 훨씬 정확한 가치 평가가 가능하다. 이를 기준으로 한 현재 미 주가의 평균 PE는 25.5로 지난 130년 평균보다 54%가 높다.
과거 주가가 이 정도로 비쌌을 때는 1929년과 2000년, 그리고 2007년이었다. 주가가 이렇게 높게 평가돼 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실러 교수에 따르면 이럴 경우 향후 10년간 연평균 주가 수익률은 -1.4%였다.
물론 이 수치가 향후 주가 향방을 정확히 맞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현 주식 시장이 어느 정도 위험에 처해있는지는 가늠할 수 있다. 역시 적색경보인 투자가들의 증시 낙관도,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마진 부채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다. 거기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전통적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기간이다. 지금은 주식을 가까이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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