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난 지 2년 뒤 열리는 선거를 중간 선거라고 한다. 이 때 435명의 연방 하원의원 전원, 33명 혹은 34명의 연방 상원의원, 그리고 50개 주 가운데 34개 주의 임기 4년짜리 주지사, 거기다 임기가 2년인 뉴햄프셔와 버몬트의 주지사 등 36명의 주지사가 선출된다.
중간 선거는 대통령 임기 한 가운데 열리기 때문에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런데 지난 100년 역사를 보면 국민을 만족시킨 대통령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중간 선거를 치를 때마다 거의 집권당이 졌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 간 20여 차례 중간 선거 동안 집권당이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이긴 것은 단 두 차례밖에 없었다. 한 번은 1934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집권한 직후 치러진 1934년 선거, 다른 한 번은 2001년 9.11 테러가 난 직 후인 2002년 중간 선거 때가 그랬다. 둘 다 대공황과 본토 공격이란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국민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 때를 제외하고는 집권당이 연방 하원 선거에서 이긴 것은 단 두 번, 연방 상원 선거에서 이긴 것은 단 네 번뿐이다. 평균을 내보면 중간 선거 때마다 집권당은 하원 30석, 상원 4석을 잃었다. 모처럼 기대를 안고 대통령을 뽑아줬는데 막상 일을 시켜보니 별 볼 일 없었다는 실망감이 애꿎은 의원들을 상대로 표시된 셈이다.
2014년 중간 선거까지 아직 9달이 남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것으로 봐서는 이같은 선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하원은 어차피 공화당이 다수라 몇 석 늘어봐야 별 의미가 없겠지만 상원은 다르다. 지금 상원은 민주당 성향이 강한 무당파 의원 2명을 포함, 민주당이 5석의 우위를 지키고 있다. 만약에 6석만 넘어가면 상원도 공화당이 장악하게 된다.
특히 지난번 민주당이 판사 인준에 관한 필리버스터를 없애고 단순 과반수로 의결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과반수의 의미는 어느 때보다 크다. 과거에는 60석이 넘어야 필리버스터를 깰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수당이 마음만 먹으면 51석으로도 일정 진행이 가능해졌다.
상원 다수당을 목표로 삼고 있는 공화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 2008년 오바마 당선과 함께 상원의원이 된 초선 의원인 소위 ‘오바마 8’이다. 이들은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오바마 바람을 타고 당선된 데다 의정 경험이 별로 없다. 거기다 시작부터 꼬인 오바마케어와 이로 인한 오바마의 인기 추락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멋모르고 “지금 보험이 좋다면 그대로 가질 수 있다”는 오바마의 공약을 그대로 믿고 선거구민에 선전해왔기 때문에 이를 물고 늘어지는 공화당의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오바마 8’ 중 가장 약한 인물이 노스캐롤라이나의 케이 헤이건과 알래스카의 마크 베기치다. 이 두 주는 2012년 대선에서 롬니가 이긴 주다. 콜로라도의 마크 유달과 오리건의 제프 머클리도 불안하고 버지니아의 마크 워너, 뉴햄프셔의 진 샤힌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 여섯을 잡으면 연방 상원은 공화당 손에 떨어진다.
정치 생명을 걸고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이들의 태도는 6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그 때는 너도나도 오바마를 불러 사진 한 장 찍기 바빴지만 이제는 애써 거리를 두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헤이건은 최근 오바마가 노스캐롤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지도 않았다. 콜로라도의 유달도 캠페인에 오바마를 초청하겠느냐는 질문에 “스케줄을 봐서 하겠다”고 답했다. 알래스카의 베기치는 오바마의 국정 연설을 보고는 “실망스럽다”며 행정 명령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로서는 자기가 당선시킨 의원들이 이제 와서 자기를 멀리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기분 나쁘겠지만 지금 그걸 따질 겨를이 없다. 이들이 모두 낙선해 상원마저 공화당이 장악한다면 오바마는 남은 2년간 절어도 심하게 다리를 저는 오리가 될 수밖에 없다. 오바마와 민주당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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