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볼 수 없는 김창렬 씨의 초기 작품이 걸려있는 거실에서 김마태씨와 부인 전재금씨
1928년 함경북도 명천에서 태어난 김마태(Mathew Kim)씨는 미국으로 떠나오기 전, ‘이제는 냉면을 먹을 수 없을 것’이라며, 냉면 세 그릇을 그것도 곱빼기로 시켜 먹었다고 한다. 이제는 까마득한 옛날이 된,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하늘에 별 따기 같은 미국행을 한 외과의사 김마태 씨, 64년도부터 라이 브룩(Rye Brook)에 살기 시작한 웨체스터 토박이다.
한국 이름 김정준 보다 사람들에게 ‘메티유 킴’으로 불리고 있는 그의 이름은 뉴욕의 수많은 예술인들에게는, 마을 언덕에 묵묵히 선 아름드리 느티나무와도 같이 푸근한 존재이다. ‘내가 사랑한 한국의 근현대 예술가들’이란 부제가 달린 그의 저서 ‘김마태의 메모아’에는, 그야말로 길 가던 나그네가 쉬어갈 수 있도록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마을 언덕의 느티나무처럼, 자신의 이야기 보다는, 50년대, 60년대 뉴욕에 한인 예술인이 드물었던 시기서부터 오늘 날까지 그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예술인, 문학인, 화가, 음악가들과의 이야기가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김환기 씨 작품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우주’를 표지로 한 그의 회고록 첫 페이지부터 김기림, 김하건, 이상과 같은 일제 강점기 때 불우한 생을 살아온 지성인들과의 운명과도 같은 인연들이 서술되어있다. 서울대학 의대생 시절 그는 한국의 초기 여성 문인으로 이름을 낸 김말봉 씨와 알게 되면서 그의 둘째딸 전재금씨와의 평생 반려자로서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가 광복동 피난 시절에 김말봉 씨를 통해 알게 된 많은 예술가들이 세월이 흘러도 뉴욕으로 연결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광복동 거리에서 만났던 김환기 씨의 만남이야 말로,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해왔던, 화가와 패트론이라는 관계 이상이다. 그들은 평범한 친구들처럼 일상적으로 어울리며 살아 왔고, 그 우정은 김환기 씨가 1974년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리고 김환기 씨의 부인 향안여사가 2004년 별세 한 후 현재 ‘환기 미술관’과의 뗄 수 없는 인연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웨체스터의 한용진 문미예 부부, 김병기 화백 그리고 물방울 작가 김창열, 백남준, 존 배 등 미술사에 큰 획이 되는 예술인들과 엮어 낸 휴먼 스토리는 한 줄로 기록될 역사라기보다는, 바로 내가 내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인 것이기에, 더욱 귀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라이 브룩의 김마태 씨 자택은 명실 공히 ‘미술가 마을’이 되었다. 백남준 씨가 와서 직접 설치해 주고 간 작품이 놓인 응접실과 패밀리 룸, 침실과 복도 등등 모든 벽에 걸린 수많은 그림들 하나하나마다 김마태 씨 부부와의 작가와의 개인적이고 친밀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김마태 씨의 메모아 출판과 더불어 부인 전재금 씨의 어머니인 김말봉 씨의 작품집 ‘찔레꽃’(知와 사랑)도 새롭게 펴내게 되어, 우리나라 초기 대중소설의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1960년대 초부터 다니기 시작한 포체스터 미국교회의 성가대원이기도 한 그는 1984년 창단 된 ‘한국음악재단’의 이사장으로 수많은 음악인들의 보이지 않는 뿌리가 되어 주고 있다. 또한 창단 10주년을 맞는 한인 미술재단인 ‘알 재단’에도 처음서부터 물심양면의 지주의 역할을 맡아주는 김마태 씨의 예술인을 향한 사랑은, 땅에 뿌려진 씨앗의 비유를 실감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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