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하나의 걸음 또는 발자국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내가 내딪는 이 한 걸음이 나를 이쪽 세상이건 저쪽 세상이건 방향을 만들어 어디론가 향하게 이끈다. 내가 내딪는 발걸음은 나만의 결정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가끔 내 주변 사람들의 충고와 조언을 바탕으로 내린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혼자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에 서로에게 의지하며 도와주면서 여럿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이다. 이렇게 여럿이 함께 모여 살다보면 피를 나누는 가족이 생기고 정을 나누는 친구가 생긴다. 가족이 됐건 친구가 됐건 마찰은 일어나게 마련이며 갈등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인간 관계에서 흔히 생기는 갈등에 있어서 그 발자국의 자취는 당기면 더 꼬여버리는 실타래와 같다.
가끔 우리는 꼬여버린 끈을 그냥 잘라버릴 때도 있고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풀어보는 경우도 있다. 가장 작은 사회인 가족을 시작으로 학교를 거쳐 직장에서 우리는 평생을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예절을 배우고 실천하고 갈등에 부딪치고 넘어지며 삶을 발전시킨다. 한국에서는 대개 7살부터 유치원을 다닌다는 가정하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까지 4년을 더한다면 17년을 학교라는 집단 안에 속해 있다. 미국이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 근 20년간의 시간을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는 학교에서 보낸다. 학교는 정해진 교육을 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과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친구들과의 또는 사람들과의 감정적인 마찰이나 정신적인 갈등을 통해 우리는 점점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가끔 이런 갈등을 쉽게 풀지 못할 때도 있다. 자존심이 그 꼬여버린 실타래 속에 자리잡고 있을 때 우리는 화해를 위한 반성을 할 생각도, 그 갈등의 실타래를 풀려고 하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라는 집단에서는 특히 친구들간의 생긴 갈등은 비교적 짧은 시간안에 아무렇지 않게 없어진다.
대부분 자존심을 생각하지 않고 그 친구와 나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화해를 먼저 신청하면 그것을 고맙게 받아주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화해를 먼저 시도하는 용기를 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나이와 비례하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감정적인 갈등보다 어른이 되고 나서 겪는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면 사람과 인연이라는 끈을 같이 잡게 된다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 끈을 한쪽만 잡고 있는 경우도 있고, 다 닳아 빠져버린 끈을 서로 잡고 마구 당기면서 쉽게 끊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만났던 사람들과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같다. 다만 우리가 잡고 있는 끈의 수명이 조금씩 다르다. 중간에 엉켜버린 끈을 풀 수 있는 시간도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이 하나의 끈을 막무가내로 잡아 당기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밀고 당기는 것이 아닐까? 꼬여버린 인간관계를 푸는 법은 너무 팽팽하게도 너무 느슨하게도 잡지 않기 위해 살짝 밀어보고 당겨보면서 적당한 간격을 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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