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릭 의약품들‘ 부르는게 값’
▶ 4달러30센트 했던 항생제 두달뒤 165달러 요구 똑같은 성분인데 제조사 따라 가격책정 멋대로 약국도 마진 큰 제품 선호… 결국 소비자만 피해
다이언 셰턱(73)은 지난해 12월 독시사이클린이라 불리는 제네릭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제네릭(generic)은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카피약’이다. 특허에서 풀린 약품을 카피했기 때문에 약효는 같아도 가격은 훨씬 싸다. 더구나 셰턱은 보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소재 CVS 점포에서 단돈 4달러30센트를 주고 60정을 구입했다. 그러나 2개월 뒤인 지난 2월 처방약 재주문을 위해 동일한 CVS 점포를 찾아간 셰턱은 약값으로 16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약값이 30배 이상 뛰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셰턱은 점원을 붙들고 설명을 요구했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왜 똑같은 약의 가격이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지 정확히 아는 점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들은 그저 “가격이 그렇게 책정되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고 싶어진 셰턱은 LA타임스의 건강전문 칼럼니스트에게 문의해 보았지만“ 알아보겠다”는 약속 외에 똑 부러진 즉석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그 칼럼니스트는 약속을 지켰다. 최근 LA타임스에 처방약 값이 천차만별인 이유를 추적한 그의 칼럼 기사가 실린 것.
셰턱은 그의 기사를 통해 약값 책정을 둘러싼 제약사들의 그늘진 측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제네릭 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약사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제네릭이 특허품이 아니기 때문에 동일한 약품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제조해 시판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제네릭은 제조사에 따라 가격에 편차가 생기게 된다. 제조 원가가 동일하지야 않겠지만 같은 원료를 사용해 비슷한 공법으로 만드는 약이니 생산가격에 큰 차이가 날 리 만무하다.
가격 차는 결국 제약사가 마진을 어느 정도로잡느냐에 달려 있다. 마진 책정은‘ 제약사 마음대로’다. 따로 정해진 강제 규정이 없다.USC 의약 경제학 교수인 제프리 맥콤스는 “한가지 분명한 점은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약값이 실제 제네릭 생산 경비와는 아무런 상관이없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약사들도 마진을 터무니없이 높게 잡지 못한다. 동일한 제네릭을 생산해 판매하는 경쟁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사와 가격담합을 시도했다간 대가를 치르게 된다. 감독당국에적발되면 호된 제재를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제네릭 약품의 가격책정에 관한 구속력 있는 공식 지침이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가격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이 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셰턱이 겪은 황당한 경험은 어떻게설명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제네릭 약품을 구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약국과, 약국에 주문품을 공급하는제조사와 사이의 부적절한 공생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터무니없는 가격표가 붙은 제네릭 약품을 대형 약국체인에서 대량으로 구입해 시판하기로 결정한다면 셰턱과 같은 소비자가 바가지를 쓰게 된다. 제약사는 잔뜩 부풀어진 마진의 일부를 약국에 제공한다는 ‘거부하기 힘든 조건’을 ‘떡밥’으로 사용한다.같은 제네릭 약을 팔아도 손에 떨어지는 떡고물이 많으니 약국들도 귀가 솔깃하기 십상이다.엄청난 가격 차이가 들통 나면 고객들이 불만을 터뜨릴 수 있겠지만 제네릭 처방을 위해 약국을 전전하며 가격 비교를 하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제네릭 약품을 취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제약사들이 제네릭 약품의 단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듯, 약국도 어떤 회사의 약품을 공급받을것인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허당에 셰턱이 헛발을 디딘 것이다.병원의 진료비 과다청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 경우에는 환자 본인, 혹은 환자의 대리인이 나서서 청구비를 낮추기 위한‘ 협상’을 벌일 수 있다.이에 비해 약국의 약값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약국이 약값을 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싫으면 말고’가 약값과 관련해 고객들을 대하는 약국의 기본적 입장이다.셰턱은 부스럼 치료를 위해 항생제인 독시사이클린을 처방받았다. 그가 처방전을 이용해 처음에 구입한 제네릭은 왓슨 제약의 상품이었다. 제네릭 전문 제약사인 왓슨은 지난해 스위스의 액타비스
그룹에 매각됐다.
지난 2월 셰턱이 처방약 리필을 위해 CVS 점포로 갔을 때 약국 직원은 왓슨의 독시사이클린은 재고가 바닥났고 지금은 마이란이 제조한 약품밖에 없다고 했다. 마이란도 왓슨과 마찬가지로제네릭 전문 제조사다.셰턱으로서는 달리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같은 제네릭이니 약효가 같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효는 다를 게 없을지 몰라도 가격에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칠순 노인 셰턱의 왕성한 고발정신으로 문제가 불거지자 CVS의 대변인 마이크 디안젤리스는‘공급부족’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돌렸다.그는 “왓슨과 마이란의 독시사이클린이 상당한 가격차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셰터에게 왓슨에 주문한 약품이 도착할 때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된 분량의 마이란 제품을 제공했으며 왓슨의 독시사이클린이 도착한 직후인 2월22일 셰터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은 사실을 알리는 메시지를 남겨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왓슨의 모회사 액타비스의 대변인 찰리마이어는 “CVS를 비롯한 모든 고객들에게 주문받은 약품을 지체 없이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공급부족은 없었다는 얘기다.셰턱은 CVS에서 전화를 걸어 약품 도착 사실을 알려주었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으로 전화가 걸려오는 게 싫어서 아예 전화번호를 주지 않았는데 그들이 어떻게전화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마이란의 대변인 니나 델빈은 독시사이클린의가격책정에 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 다만 마이란의 독시사이클린과 왓슨의 독시사이클린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으로두 약품을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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