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연 공인재무설계사 아메리츠 파이낸셜 부사장
은퇴자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대답은 비슷하다. 바로 ‘돈이 다 떨어질까 봐’라는 두려움이라 한다. 평생 모은 돈이 내 기대 수명보다 먼저 바닥나버릴까 봐 걱정하는 마음, 이른바 ‘장수리스크’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불안이다. 그런데 평생 소득 연금(Lifetime Income Annuity)이 이런 걱정을 해결해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금의 딜레마: 단순한 수학 문제가 아니다. 이론적으로 연금은 은퇴 자산을 평생에 걸쳐 안정적으로 나눠 쓸 수 있는 해법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은퇴자가 연금에 가입하지는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연금 퍼즐(Annuity Puzzle)’이라 한다. 그 이유는 인간적인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두려움은 특히 즉시연금(Immediate Annuity) 계좌에서 많이 나타난다. 고객은 자신의 목돈을 보험회사에 넘겨주고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한다. 목돈이 일단 보험회사로 넘어가면 고객은 그 목돈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다. 이 방식의 연금은 한번 넘어간 목돈을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는 불편함이 주는 높은 진입 장벽이 있다. 그래서 즉시연금계좌는 고액자산가들이 상속세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 일부 제한적으로 사용할때 권장된다.
▲통제, 복잡함, 그리고 현금의 안락함: 많은 은퇴자들은 은행 계좌나 투자 계좌에 자산을 남겨두고 필요할 때마다 인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 방식은 편리하지만, 과소비로 인해 돈이 일찍 바닥나거나, 반대로 너무 아껴 쓰다가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위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금이 부족할까 봐 너무 아껴 쓰다가 노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반면, 연금 상품은 왠지 복잡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선택 사항들, 그리고 보험회사에 평생을 의존해야 한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신뢰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은퇴 소비의 심리적 장벽: 우리는 평소 은퇴를 위해 “모으는 데” 집중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저축에는 익숙하겠지만 은퇴 후 평생 저축한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평생의 습관이던 “모으기”에서 “쓰기”로 전환하기가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은퇴자들이 마치 ‘물이 가득한 물병을 손에 쥔체로 목이 마르다’고 하는 상황처럼, 자신을 위해 모은 돈조차 맘편히 쓰지 못하고 망설인다.
▲은행의 친숙함, 연금회사의 낯섦: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친숙함’의 차이다. 우리는 평생 은행을 자주 이용하며, 은행은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통장, 체크카드, 인터넷뱅킹 등 은행 서비스는 이미 익숙하고,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연금회사나 보험회사는 이름조차 생소한 경우가 많고, 평소에 직접 방문하거나 이용할 일도 거의 없어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진다. 게다가 은행은 예금자 보호 제도가 있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보험회사가 망하면 내 돈은 어떻게 되지?’라는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는 주정부의 엄격한 규제와 두터운 안전 장치가 소비자를 보호하는 업계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보가 일반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Deferred Income Annuity의 등장: 연금은 가입하면 ‘돈이 묶인다’는 인식이 있지만, Deferred Income Annuity(DIA)는 이런 두려움을 완화해줄 수 있는 옵션이다. DIA는 한 번에 큰 목돈을 맡기지 않아도 되고, 적립하는 목돈에 대해 소유권이 바뀌는것도 아니다. 여러 번에 걸쳐 연금을 분할 적립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 자산을 증식 시킨 후 원하는 시점부터 평생 연금 소득으로 받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자신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고스란히 유지한체, 투자 성과에 따라 더 많은 혜택을 볼 수도 있다. 즉, DIA는 미래의 평생 소득을 미리 준비하면서도, 당장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개인연금’ 역할을 할 수 있다. 평생 소득에 대한 보장과 자산 통제의 균형을 원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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