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볼리바는 남미 최고의 영웅이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그는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나마, 페루와 브라질 일부를 포함하는 ‘대 콜롬비아’(Gran Colombia)의 대통령이었고 그보다 앞서 이들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시키는데 앞장섰다.
남미 전체를 해방시켜 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었으나 ‘대 콜롬비아’마저 분열 조짐을 보이자 스스로를 ‘종신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헌법 개정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이어 자신을 ‘독재자’로 선포했으나 이 또한 실패하고 암살 기도 후 사임한 후 곧 이어 1830년 사망하고 만다.
그는 이렇게 갔으나 식민 종주국으로부터의 해방과 남미 통합은 그 후 많은 남미 지도자들의 꿈이었다. 이 중 시몬 볼리바를 가장 열렬히 추앙한 사람으로 지난 주 사망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를 꼽을 수 있다. 1998년 대선에서 이긴 그는 자신의 집권을 ‘볼리바 혁명’으로 부르고 나라 이름도 ‘볼리바 베네수엘라 공화국’, 화폐 단위도 ‘강한 볼리바’로 바꿨다.
그는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도 사회 복지 혜택을 받으며 잘 사는 나라를 꿈꿨으나 이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14년 그의 집권 기간 ‘강한 볼리바’는 5번 평가 절하됐고 가치는 90% 폭락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무려 1조 달러에 달하는 석유 수입의 일부를 저소득층의 생계 지원과 의료비, 교육비 등으로 썼으나 상당 부분은 낭비되고 부패한 관리와 일가친척의 손에 넘어갔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궁조차 금이 가고 비가 새고 타일이 벗겨졌지만 차베스 일가가 챙긴 재산은 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탱크 당 1달러라는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에 기름을 넣을 수 있지만 살인적인 식료품 값, 세계 최고의 살인율, 최악의 공해에 시달려야 한다. 그 엄청난 석유 수입에도 불구하고 인프라는 열악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은 하나도 없다. 지난 14년 간 저소득층 생활이 개선됐다면 그것은 석유 판 돈으로 잔치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도 돈이 모자라 중국으로부터 미래 석유 수입을 담보로 280억 달러를 빌렸다.
차베스와 매우 닮은 인물은 19세기의 시몬 볼리바가 아니라 20세기의 아돌프 히틀러다. 히틀러처럼 중하류 집안 출신인 그는 군대에서 구원을 찾았다. 차베스는 38살 때 히틀러처럼 쿠데타를 시도했다 실패하고 (히틀러는 34살) 감옥에 가 2년을 복역했다 (히틀러는 1년). 그러나 히틀러처럼 감옥에 갔다 와 더 유명해져 44살 때 합법적인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히틀러도 44살에 합법적으로 집권).
주요 지지 기반이 중하류 층이었던 것도 같고 언론 통제와 정적에 대한 탄압으로 14년간 장기 집권한 것도 같다 (히틀러는 12년). 물론 그는 히틀러처럼 많은 사람을 죽이지도 세계 대전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그러나 히틀러도 2차 대전에서 지기 전까지는 많은 독일인들의 우상이었다. 대공황으로 굶주리던 국민들의 배를 채워주었고 위대한 독일을 만들기 위해 뭔가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그의 사망으로 대표적인 반미 지도자의 한 사람이 사라졌다. 21세기는 반미 지도자들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시기 같다. 사담 후세인이 먼저 가고 무아마르 카다피와 오사마 빈 라덴, 김정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나씩 사라지더니 이번엔 차베스가 죽었다. 그와 절친이자 원조 반미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도 식물인간 상태로 갈 날만 기다리고 있고 시리아의 아사드도 풍전등화다. 아직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먼저 간 인물들과 비교하면 급이 좀 떨어진다.
아무리 장기 집권을 하고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아도 반미 지도자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했다고만 하면 면죄부를 받는 경향이 있다. 차베스도 그런 인물의 하나다. 인간들은 언제나 깨달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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