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멈춤의 힘”
활주로를 이륙한 비행기가 하늘로 상승할 때 바로 올라가지 않는다. 올라가다가 밑으로 한번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고, 또 한참 올라가다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올라간다. 그래야 더 힘 있게 더 빨리 올라갈 수가 있다.
대나무가 올곧게 자라나는 비결이 있다. 마디 때문이다. 중간의 마디가 잠시 끊어줌으로 쉬었다가 다시 새롭게 전진 한다. 멈춤에는 놀라운 신비가 있다. 멈춤은 그냥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다. 잠시 멈춰 쉬면서 에너지를 모아 응축한다. 재정비한다. 이때 마디에 새 힘이 생겨난다. 그래서 다음 단계에서 더 강하고 올곧게 전진 할 수 있다.
사람이 숨을 쉴 때도 마찬가지다. 호(呼)와 흡(吸) 사이에 반드시 쉼이 있어야 숨을 힘 있게 쉴 수 있다. 화살의 시위도 뒤로 빼낸 다음 잠시 멈추었다 놓아야 멀리 날아간다. 신기하게도 모든 힘은 멈춤에서 나온다.
하나님은 엿새 동안 창조의 일을 다 마친 후 하루를 멈추고 쉬도록 안식의 시간을 주셨다. 얼마나 놀라운 창조주의 배려인가. 6일의 노동의 시간은 사람이 세상과 관계를 맺어 육의 삶을 영위하는 시간이고, 하루의 안식은 창조주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하여 영적 힘을 비축하는 시간이다. 활동과 멈춤, 이 두 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사람은 아름답고 행복하다.
멈춤이란 가만히 있는 시간이 아니다. 멈춤의 시간에 신앙인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다. 말씀을 듣고, 감사의 찬미를 부르고, 기도를 올려 드리면서 혼탁한 영혼이 씻김을 받는다. 내면에 겹겹이 쌓여있는 세상의 독을 녹여 낸다. 이것이 주일의 안식을 지키는 자의 축복이고 멈춤의 특권이다.
멈춤에 대한 가장 위대한 모범은 예수님이다. 그는 바쁜 일과 중에도 틈틈이 한적한 곳을 찾아 기도와 묵상에 몰입하였다(누가복음 5:16). 이처럼 사람이 겪는 체험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체험하는 것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홀로 있을 때에만 경험하는 신비한 것이 있다.
현대인들의 약점이 무엇인가. 홀로 있는 멈춤의 시간을 외면하고 쉬지 않고 숨 가쁘게 사는 습관 이다. 그들은 책을 보면서 밥을 먹고 동시에 TV를 본다. 귀에 이어폰을 끼워 논 채로 누가 말을 걸면 어떤 대화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분산(分散)된 삶의 자세를 가지고는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삶의 의미와 시간의 성화를 추구하는 멈춤의 삶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남다른 용기가 필요하다. 야곱은 우리에게 그 용기의 실례를 보여준다. 그가 정체성의 위기를 겪으며 큰 시련을 만났을 때, 홀로 얍복강에 내려가 밤을 새워 하나님과 독대(獨對)한 일이 있었다. 그 용기 있는 멈춤의 시간을 통하여 야곱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발견했고, 그의 인생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창세기 32:24).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라는 그의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야곱처럼 새로운 길을 찾고 싶은가. 일상의 분주한 생활을 잠시 멈추고 홀로 조용한 곳으로 나가라. 그곳이 하나님과 독대하는 기도의 자리라면 더욱 좋다. 그곳에 홀로 머물며 묵상의 시간을 가지라. 거기서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새로운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인간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멈춤의 삶을 살았던 분은 예수다. 예수의 하루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멈춤과 묵상으로 가득 찬 삶이었다. 세상을 압도하는 그의 신비한 힘과 인생을 긍휼히 여기는 깊은 사랑이 그의 강도 높은 멈춤의 삶에서 나왔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을 깨달았던 헨리 소로(Henry Thoreau)는 “나는 멈춤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 숲으로 간다.”고 말했고, 베토벤은 “위대한 작곡가가 되는 길은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고독(solitude)이고, 다른 하나는 집중력(concentration)이다.” 라고 갈파 했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일찍이 청각을 상실하여 아무것도 듣지 못하였다. 답답하게 여긴 친구들이 “이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청각회복 수술을 받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에디슨의 대답은 언제나 “No"였다. 세상의 잡다한 소리가 들리지 않아야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신은 리더인가. 전진만을 미덕으로 알고 무조건 내 달리는 이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서라. 천천히 매듭을 지우며 강하고 올곧게 자라나는 대나무를 바라보면서 멈춤의 지혜를 배우라. 혼란의 21세기는 그런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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