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도 이제 1주일여 남았다. 올해는 지나가는 세월만큼이나 기술 발전도 그 어느 때보다 가팔랐던 것 같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본격적인 부상과 보편적 사용 확장은 경제와 생활 전반에 큰 변화와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AI가 노동·고용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부상 이전에도 직업들은 기술 발전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을 반복해 왔다.
실제 노동통계와 인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한때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뤘던 주요 직업들이 세월과 함께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19세기 중반까지 가장 흔했던 농부, 제화공, 대장장이 등 전통 직업군이 21세기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산업화와 기술혁신, 그리고 경제 구조의 변화가 직업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셈이다.
미네소타대의 연구자료를 보면, 1860년 당시 노동자의 32%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현재는 전체 노동력의 0.3%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한 비중 감소를 넘어, 전체 인구가 20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농업 종사자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800년대 미국에서 가장 흔한 직업은 ‘농부’였다. 그러나 대공황과 더스트보울(Dust Bowl·1930년대 미 중서부의 극심한 가뭄),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농업은 제조업에 자리를 내줬다. 1990년대 이후 공장이 문을 닫자 제조업 종사자는 소매업 종사자에게 자리를 넘겼고,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의 확산으로 소매업마저 감소세를 보이며 전문직·사무직이 주요 직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전문직·사무직도 AI 부상으로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광부의 감소도 두드러진다. 한때 전체 노동력의 2.5%를 차지했던 광업 종사자는 현재 0.1% 수준으로 줄었다. 제화공, 재단사, 선원, 방앗간 주인, 석공 등도 과거에는 100명 중 1명꼴로 존재했지만, 현대 산업구조에서는 거의 사라진 직종이 됐다.
특히 신발을 수작업으로 제작하던 제화공은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50명당 1명꼴로 존재했으나, 신발 공장 등장 이후 사실상 멸종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구조적 전환’으로 정의한다. 농업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노동자가 공장으로 이동했고, 이후 공업의 생산성이 오르자 서비스 산업이 성장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로 인해 서비스업 종사자마저 감소하며, 정보·금융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노동 역사에는 ‘사라진 직업의 노동사’가 존재한다. 이같은 거대한 흐름은 산업의 진화이자 인간 노동의 재편 과정을 보여준다.
미국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인플레이션, 글로벌 경쟁, 매출 정체에 맞서 인건비 감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41%가 2030년까지 고용 인력을 감축해나갈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전 세계 수백개 기업 가운데 77%는 2025~30년 기존 직원들이 AI와 함께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재교육 등을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IBM 등 대형 테크 기업들이 AI 활용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일부 조사에서는 2030년까지 미국 전체 일자리의 약 30%가 AI발 자동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인공지능(AI)은 우리 일상의 도구를 넘어 기업의 핵심 생산성 엔진이 되었다. AI는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복잡한 분석, 의사결정 보조, 고객 대응까지 수행하며 노동시장 전반에 강력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은 단순한 ‘일자리 소멸’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으로 읽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세계경제포럼(WEF)은 AI 확산이 약 1억7,0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가 분명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지만 AI발 일자리 창출도 분명 존재한다.
AI가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는 늘어나는 반면, 인간 고유의 창의성·비판적 사고·감정 지능·맥락 이해 능력은 여전히 수요가 높다. 따라서 개인과 사회는 재교육, 직업 전환, 평생 학습 체계 강화를 통해 이 시대의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도구’로만 남을지,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여는 기술’로 자리매김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현실을 직시하되, 위기를 준비의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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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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