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人蔘) 장아찌라 하면 옛날엔 미처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토굴생활(土窟生活)할 때 농담 삼아서 녹용(鹿茸)찌개․인삼 깍두기라는 말을 했는데 오늘날에 있어서는 현실로 다가왔다. 한때는 몸이 허약하여 인삼이나 수삼을 먹으면 좋다 하기에 강화(江華)에 가서 수삼을 구하여 다려 먹은 적이 있다. 그 당시는 나의 몸이 너무나 허약했기 때문에 약을 아무리 먹어도 별 효력 없이 아프기만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은 몸은 좀 건강해진 반면, 약을 함부로 잘 먹지 못한다. 지금은 예전과 정 반대로 되었는지 인삼차(人蔘茶)도 잘 마시지 못한다. 지금은 아플 때 약에 의존한다는 것보다는 음식으로 대치하려 노력을 한다. 사람의 병은 선천적인 것도 있고 후천적인 여러 가지 원인도 있겠으나 현대병은 먹는 것에서 오지 않했나를 생각해 본다.
인삼을 한참 먹을 무렵 한방을 전공하는 스님을 통해서 들었는데, 인삼이란 쇠붙이가 닿으면 약효가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죽도(竹刀)로써 인삼을 다듬어 쓰라고 하여 대나무를 구해서 칼같이 깎아 사용한 기억이 난다. 한방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에 하나가 법제(法製)라고 한다. 법제를 잘하고 못함에 따라서 약효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지금은 물자의 풍요 속에 살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인삼깍두기나 녹용찌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어느 불자(佛子)로부터 인삼 장아찌를 받은 기억이 난다. 그때 그 인삼 장아찌를 건네주며 하는 말 “몇 년 전 한국에서 집안 아무것이가 미국 올 때 육년근(六年根)을 가지고 왔는데 인삼의 쓴 물을 여러 날 우려내고 장아찌를 담았는데 스님 좀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하며 주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 당하여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어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하며 받았다.
한 일년인가 지나서 또 다른 불자가 대중공양(大衆供養)을 내며 자랑삼아 집에 담아두었던 귀한 인삼 장아찌를 가져왔노라고 하며 인삼의 쓴 물을 여러 날 우려내고 담았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한 불자(佛子)가 그 말씀을 듣고 살짝 나의 귀에 대고 하는 말 “인삼(人蔘)은 쓴 것이 약인데 쓴 물을 다 빼면 말짱 헛일이 아닙니까? 안 그래요? 스님!”해서 서로 마주보며 빙그레 웃었다. 한 번만 아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라면 그런 실수는 안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한국 각성 포교원 시절 여러 명의 공양주들을 경험했는데 공양주마다 잘하는 음식이 있고 하지 못하는 음식이 있었다. 그러나 절에서는 불공이나 제사를 지내기 때문에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준비하는 음식이 있어 준비할 것을 권유하면 할지 모른다고만 하고 하려들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남에게 묻기를 꺼려하는 자존심 때문에 더 이상 자기 솜씨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그 좋은 입 두었다 어디다 쓰려는지 참.......!
이와 같은 일을 우리는 흔하게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만(我慢)을 버리고 무엇이든지 잘 모르면 먼저 물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남에게 묻기 싫어해서 평생 배우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참으로 아쉽다. 우리는 모두 함께 더불어 의지하며 살기에 부담 없이 다른 이에게 물어보는 것도 바른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Aug 24. 2012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주지 주훤 법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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