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는 유럽의 문화 도시다. 그곳에서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요한 스트라우스의 생가와 그들의 작품의 배경이 된 고향 땅을 두루 살펴보았다. 성탄곡 “고요한 밤”의 탄생 교회도 찾아보았다.
거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놀랍게도 불후의 명작들이 태동한 그곳은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매우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는 사실이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번잡하고 화려한 도시 문명 속에서 탁월한 인물이나 명작이 배출된 예는 없다.
시인을 보라. 초고(草稿)를 단 번에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 그것을 아무도 안 보는 책상 서랍 속에 던져놓고 오래 동안 묵힌 후 다시 다듬어 독자 앞에 내놓는다. 포도주도 똑같다. 명품 포도주 일수록 지하 동굴에서 수 십 년을 숙성시킨 후 내 놓는다. 고독과 조용함은 탁월함에 이르는 촉매제다.
사람이 겪는 체험은 두 가지다. 타인들과 함께 있으면서 경험하는 것이 있고, 나 홀로 고요히 있을 때만 경험하는 것이 있다. 나 홀로 조용히 있을 때에는 무의식의 문턱이 낮아진다. 그때 우리의 주변이 소란 할 때 나타나지 않던 신비한 체험들이 의식 속으로 선명하게 밀려들어옴을 본다.
탁월함을 꿈꾸는가. 소란하고 분주한 삶에서 벗어나 나 만의 창조적 고독의 시간을 가져라. 기회 되는 대로 홀로 숲속을 걸으라. 신앙인 이라면 조용히 성경을 묵상하므로 주어진 시간을 성화(聖化)하라. 아무튼 바쁘게 달려가던 길에서 잠간 멈추어 서라.
미국의 저명한 작가 안토니 스토르는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영적, 정서적으로 충분히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프 톨스토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일은 멈춤(retreat)과 침묵(silence)과 고요함(solitude)속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괴테는 "아름다움을 구하는 영혼이여 때때로 홀로 숲속을 걸을 지어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탁월함을 꿈꾸는 사람은 누구나 세상의 소란을 피하여 조용한 곳을 찾아 창조적 고독을 즐겼다. 예수를 보라. 예수는 군중이 환호하며 따를 때마다 인기와 명성을 떨쳐버리고 홀로 외딴 광야로 나갔다. 모세, 다윗, 바울을 보라. 그들은 상당한 고독의 연단을 통하여 그 시대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했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과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와 같은 위대한 작품을 보라. 모두가 오랜 고독을 통하여 숙성되고 익었다. “환희의 송가(頌歌)”로 유명한 베토벤의 제9교향곡의 탄생은 고독과 깊은 관계가 있다. 넘치는 기쁨과 환희를 담은 이 음악이 베토벤의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아 홀로 외롭게 지내던 만년에 만들어 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란다.
사무엘상 30장에 시글락이란 낮선 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다윗이 사울 왕에게 쫓길 때 황급히 피했던 불레셋의 외딴 마을이다. 생명이 위태로웠던 그고난의 시절에 다윗은 그의 식솔 600여 명을 데리고 이곳에 1년 4개월을 머무르며 불레셋 왕 아기스의 눈치를 보았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유배지 시글락에 머무는 동안 다윗에게 엄청난 시련이 불어 닥쳤다. 첫째는 불레셋과 이스라엘 간에 전쟁이 일어나 다윗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했고, 그 후에는 부하들의 반란이 일어나 위기에 몰렸다.
리더가 자신을 신뢰하고 따르던 팔로어(follower)에게 불신임 받고 도전받는 위기처럼 큰 위기는 없다. 다윗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였는가. 첫째, 다윗은 그들과 맞서서 싸우지 않고 외딴 마을 시글락에 조용히 침묵하며 하나님께 나아가 엎드려 기도했다. 둘째, 다윗은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짊어지므로 소란한 민심을 진정시켰다.
당신은 리더인가. 어떤 위기를 만나도 시글락의 다윗처럼 흔들리지 말라. 군중의 입보다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라. 떠들지 말고 침묵 하라. 남에게 책임 전가하지 말라.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은밀한 곳으로 나가 거기서 하나님께 엎드리라.
어거스틴의 스승이었던 저명한 설교가 암브로시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기도할 때는 하나님께 말씀드리는 것이고, 우리가 침묵할 때는 그분과 연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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