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광 <원자력학 박사>
꼭 한 달이면 일본 후쿠시마의 다이치 원자력발전소 4기에 사고가 난지 1년이 된다. 460MW의 1호기와 780MW의 2,3호기가 강진과 쓰나미로 각각 정도는 달라도 노심이 녹아내리고 이로인한 수소의 발생, 폭발 뿐만아니라 1~4호기 모두 수조에 담겨있던 사용한 연료봉이 노출된 대형사고였다.
이 사고로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도 많았고 주위의 환경오염과 무수한 주민의 피난 이동이 있었으며 전체 전력소비의 28%를 공급하던 원전 54기가 대부분 가동을 중단한 채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있다. 각 지방단체와 주민들의 심한 반발과 또 필요한 스트레스 테스트 (모의 안전진단)도 있어야 하니 이들 발전소의 재가동이 곧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일본에는 낮은 압력의 비등경수로(BWR) 원전이 30기나 되고 그중 10여기가 다이치 사고기들과 비슷한 1970년대 초에 가동된 원전들로 이들의 사양은 미국 GE의 초창기 2세대의 것들이다. M9 규모의 일본 역사상 전무한 (간토: M8.3, 고베: M7.2) 강진에도 정상적인 가동정지와 노심에의 긴급 냉각수 주입이 가능 했었으니 원전에의 내진설계는 상당했다고 본다.
그러나 뒤이어 들어닥친 13m 높이의 쓰나미로 인한 모든 비상전원들이 차단됨으로써 결국 노심이 녹는 사고를 방지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이들 원자로는 도넛형의 압력조절 용기와 함께 아주 협소한 격납용기에 싸여 있어서 가령 노심의 용융과 같은 큰 사고시 나오는 증기나 수소, 방사능 가스로 인해 격납용기의 압력이 크게 높아지면 안전밸브를 통해 이들 가스가 외부로 나올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번 사고의 극심한 주위환경 오염과 화재도 이 격납기의 구실이 미비했기 때문이었다 (1979년 펜실베니아 주의 쓰리마일 섬 2호기도 노심이 녹아내리는 큰 사고였으나 소량의 방사능 물질밖에 외부로 나오지 않은 것은 대형 격납용기의 사용으로 압력이 크게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원전들처럼 소위 가압경수로인 이 원전은 외부환경에 대한 안전성이 일본의 초기 BWR보다 월등했음을 보여준다).
해변가 17개 단지에 산재한 일본 원전들은 이제 강진과 엄청난 쓰나미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설계조건을 충족하는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는 재가동의 매우 부담스러운 조건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 중 다수의 노후 원전들에게는 설계수명 40년이 곧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노후 원전들을 즉시 폐기하고 여타 원전들은 설계수명이 끝나는 대로 폐기처분 시킨다는 것이 다급한 일본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우리가 살고 있는 뉴잉글랜드, 뉴욕, 뉴저지주에도 일본의 사고기들과 꼭 같은 원전 4기가 (VT의 버몬트 양키, MA의 프리머스, NY의 나인마일 포인트, NJ의 오이스트 크릭, 3기는 이미 폐기) 돌아가고 있다. 이 원전들은 얼마전 여러가지 점검을 거쳐 40년의 설계수명에 20년 (1기는
10년)을 더 연장하는 허락을 받았었다.
일본정부는 사고후 1년이 안된 지금에는 미국의 이들 원전을 예로 들며 완전폐기 대신 모든 원전의 수명 연장을 조심히 거론하고 있다.부존자원이 부족하고 경제적인 에너지원을 찾는 일본이 원자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동안 자국의 원자력 사업과 특히 미국에 남아 있던 2개의 원자력회사 모두를 인수 하는 등 그 투자액은 실로 엄청나며 앞으로 원전의 내수와 수출의 필요성은 절박하고 따라서 일본이 처한 원전 딜레마는 실로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진 없고 쓰나미 없는 우리 지방의 원전에 부여한 수명연장을 그대로 답사할 수는 없다. 이번 사고와 수명연장에의 필요조치들을 철저히 수용하고 주민들을 정서적으로도 무마한 다음 총 60년의 수명을 거론하는 것이 일본이 취할 길이며 원전사업을 유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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