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실탄 사용” 주장
▶ 시위 폭동 수준으로 번져
▶ 교도소 급습 900명 탈옥
▶ 대통령·총리 관저도 방화
▶ 전 총리 아내, 화상 사망

네팔 시위대가 9일 정부와 의회 건물이 모여 있는 싱하 더르바르 궁전에 난입해 불을 지르면서 건물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
네팔에서 정부의 소셜미디어(SNS) 차단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유혈 충돌로 번지며 최소 19명이 숨졌다. 권위주의적 통제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청년층 표현의 자유를 막는 조치가 누적된 분노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논란이 커지자 총리가 사임하고 정부는 SNS 접속을 다시 허용했지만, 들끓는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수도 카트만두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고무탄과 최루탄, 물대포를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19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일 정부가 등록되지 않은 26개 SNS 플랫폼을 전면 차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엑스(X) 등이 막히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특히 정치적 무능과 구조적 부패에 쌓여있던 불만이 맞물리면서 시위는 급속히 확산했다. 시위대는 국기를 흔들며 “SNS가 아닌 부패를 척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 대부분은 20대 청년이었고,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도 더러 눈에 띄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지에서는 ‘Z세대의 시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정부 차단 대상에서 제외된 짧은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틱톡에는 고위층 자녀들이 사치품을 과시하거나 호화로운 휴가를 즐기는 모습과, 민생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현실을 대조한 영상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그만큼 깊다는 의미다.
진압 과정에서 정부가 실탄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네팔 국립외상센터의 바드리 리사 박사는 AP통신에 “많은 사람이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 이만 마가르(20)는 AFP통신에 “평화 시위를 했는데 정부가 무력을 사용했다”면서 “고무탄이 아닌 금속탄으로 쏴서 오른팔을 잃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강경 진압을 우려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네팔에서 발생한 시위대 사망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신속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위가 격화하자 정부는 결국 9일 오후 SNS 접속 차단 조치를 이날 해제했다.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와 라메시 레카크 내무부 장관은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일어난 데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올리 총리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진상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백기를 들었어도 시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시위가 폭동 수준으로 격화했다.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를 비롯한 정부 청사와 정치인 자택 등에서 잇따라 방화를 저질렀고 화상을 입은 전직 총리의 아내가 숨졌다.
9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네팔 시위대의 방화로 잘라나트 카날 전 총리의 아내가 자택에서 사망했다. 리아노보스티는 네팔 온라인 뉴스 포털 ‘카라브허브’를 인용해 시위대가 카날 전 총리 자택을 공격했고, 그의 아내가 중화상을 입은 뒤 끝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늦게 네팔 경찰청 본부 건물에서는 총격 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부 부처가 밀집한 행정 단지에서도 시위대 방화로 불이 났다고 네팔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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