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호의 ‘승화-717’.
칠하고 찍고 지우고 덧칠
겹겹 색으로 순간‘승화’
화가 강태호(사진)는 캔버스에 ‘시간’을 그린다. 시간을 칠하고, 시간을 지우고, 시간을 찍고, 시간을 덧칠하여, 시간을 쌓아둔다. 예순이 넘는 세월동안 평생 그림을 그린 그가 여러 이야기를 거쳐 돌아온 지금의 스토리는 ‘시간’이다.
30년 전 수채화를 그리던 강태호를 알고 있는 우리는 그가 ‘알’ 시리즈를 거쳐 ‘마모’ 시리즈와 ‘여인’ 시리즈에 열중한 뒤에야 도달한 이야기- 시간과 자연에 관한 ‘승화’(Sublime) 시리즈를 만나게 됐다. 그동안 그는 물감과 오일, 아크릴, 잉크 등 여러 재료를 다양하게 탐닉했으며, 그 결과 수채화와 유화와 판화를 총동원한 현재의 작업을 볼 수 있게 됐다.
2009년 1월2일부터 30일까지 LA 아트코어 유니온센터에서 열리는 그의 열한번째 개인전은 시간이 승화시킨 자연의 나이테에 기록된 수많은 이야기다.
나무와 태양과 바람의 이야기, 밀물과 썰물, 그 조수에 떠밀리는 우연의 이야기, 해초와 그물이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 그리고 파도처첨 결코 끝나지 않을 자연과 인생의 사이클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시간의 결 사이에서 발견한 경이와 사색이 담겨 있다.
“시간은 모든 자연을 변질시키며 어느 순간에 제 모습-그 아름다움을 잃게 한다. 나는 변질되어가는 ‘자연의 형상’들의 기록을, 마치 사진작가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모습을 담아내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정지시키듯이, 순간순간 시간들의 모습을 나이테처럼 형상화시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기를 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는 캔버스에 오일로 밑그림을 그리고, 마르기 전에 플래스틱 판 위에 단순한 색을 칠한 다음 판화 기계(etching press machine)에 놓고 찍어낸다. 그러면 밑그림과 판의 색이 섞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위에 또다시 필요한 색을 덧칠하거나 지우고 판에 색을 칠해 다시 찍어내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한다고 한다.
색을 겹겹이 쌓아가면서 우연을 유도하여 축적한 시간의 형상들에는 숨겨놓은 보석들이 많다. 마치 보물섬에 도착한 아이처럼 흥분과 기대와 놀라움을 갖고 전시장을 찾아도 좋을 듯하다.
서울예고와 홍대미대, 칼스테이트 LA에서 미술을 전공한 강태호씨는 지난 30년 동안 남가주에서 스튜디오와 갤러리를 운영하며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으며 서울과 미국에서 10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회 리셉션은 11일 오후 3~5시. 4시에 작가와의 대화가 있다.
LA 아트코어 유니온센터 주소와 전화번호 120 Judge John Aiso St. LA, CA 90012, (213)617-3274, www.laartcore.org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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