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매든 레이스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리그 바닥만 훔쳤던 팀을 올해 월드시리즈까지 끌어올린 리더십이 대단한 반면 월드시리즈에서 보여준 전술은 비난의 대상이다.
“아이디어도 작전도 없었다”
총탄 아끼다 전쟁에서 진 셈
전쟁에서는 지고 총탄은 잔뜩 남아 돌아오는 전사처럼 미련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탬파베이 레이스는 그런 식으로 반격의 기회를 날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시리즈 5차전이 비로 인해 중단돼 레이스의 조 매든 감독은 거의 이틀 동안 벼랑 끝 탈출에 대한 치밀한 작전을 세울 수 있었다. 그 경기에서 지면 내일이 없는 것으로 온갖 방법을 총동원할 때였다. 그저 하던 그대로 밀고 나갈 때가 아니었다.
게다가 불펜 전체가 거의 이틀 동안 쉬며 완전히 ‘충전’됐고 4차전이 26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피칭스태프 전체 중에 그날 못 나올 투수는 3 1/2이닝 만 남은 이 5차전의 스타터였던 스캇 캐즈미어밖에 없었다. 그 모든 ‘무기’가 출동준비 완료된 상태였다.
하지만 매든 감독은 아이디어도 작전도 없었다. 경기가 중단되기 전에 마운드에 올렸던 그랜트 볼포로 그대로 나갔다가 경기가 재개된 지 5분도 못 돼 불펜을 가동하는 신세가 됐다.
이틀 연속 패하며 불펜이 바닥났을 때와 거의 이틀 동안 쉬며 재충전 된 상황이 완전히 다르건만 던지는 공이라곤 직구밖에 없어 플레이오프 내내 죽을 쑤던(포스트시즌 방어율 6.23) 투수를 계속 쓰기로 결정, 비가 살려준 기회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뉴욕타임스도 매든 감독이 최고 무기를 너무 아끼다가 자폭했다고 꼬집었다. 보스턴 레스삭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철문을 내렸던 루키 왼손 투수 데이빗 프라이스가 불펜에 대기 중이었지만 6회 말 당장 교체 투입된 다른 왼손 구원투수 또한 J.P. 하월이었다.
문제는 하월 투입 결정에만 있는 게 아니다. 락코 발델리가 동점홈런을 날려 또 한 번의 기회를 준 뒤 제이슨 바틀렛이 안타를 치고 나가 역전 기회가 생겼을 때에는 하월을 아끼느라 대타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레이스는 이 경기에서 지면 내일이 없는 것으로 ‘총탄’을 아낄 시점이 아니었다. 프라이스가 불펜에 버티고 있었고 애당초 제임스 쉴즈나 맷 가자 등 선발투수를 앞당겨 등판시켜 투수 1명으로 끝내는 ‘깜짝수’로 나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월은 7회 말 다시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필리스 오른손 타자 팻 버렐에 펜스에 맞은 큼지막한 2루타를 허용한 뒤 당장 교체됐다. 1타자 만에. 그리고는 또 삼진투수 프라이스가 아닌 땅볼투수 채드 브래드포드가 나와 결승점을 허용한 것.
마지막 9회 프라이스가 나가 타자 2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아웃 3개를 깔끔하게 잡아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버스는 떠났다.
프라이스는 이에 대해 “조는 감으로 지휘하는 감독이고 그 스타일로 우리를 결승 무대까지 끌어올렸다”고 말하며 감독 탓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스는 8회 초 공격 때도 문제가 있었다. 스피드가 거의 육상스타 수준인 선두타자 칼 크로포드(커리어 302스틸)가 안타를 치고 나가 스틸 또는 히트앤드런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작전을 펼칠 틈도 없이 B.J. 업튼이 초구에 손을 댄 본헤드 더블플레이로 어이없게 득점기회가 무산됐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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