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마이너행을 2박3일 나들이로 끝맺고 올 시즌을 빅리그에서 출발하게 됐다 <박상혁 기자>
“괜히 개스비만 들였네.”
LA 다저스 박찬호(34)의 라스베가스 나들이는 처음부터 짧은 여행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달랑 ‘2박3일’로 끝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올 시즌 개막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 트리플A 라스베가스행을 통보받고 1일 라스베가스로 혼자 차를 몰고 떠났던 박찬호는 마이너에서 공 하나도 안 던지고 이틀 뒤인 3일 다시 남가주로 차를 몰고 돌아왔다. 전격적으로 다저스에서 호출을 받은 것. 3일로 예정됐던 트리플A 라스베가스의 시즌 개막전 선발등판은 물론 취소됐고 박찬호는 올 시즌 첫 출격을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치르게 됐다.
이처럼 박찬호가 예상보다 빨리 빅리그에 돌아오게 된 것은 다저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개막 3연전을 치르면서 일찌감치 불펜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첫 두 경기에서 모두 팽팽한 승부를 치르느라 불펜을 풀가동했던 다저스는 2일 3차전에서 비로 인해 투수진 운용이 엉망이 되면서 일찌감치 비상사태를 맞았다. 경기 도중에 폭풍우시스템이 다저스테디엄에 도달할 것이라는 국립기상대의 예보를 전해 듣고 경기시작 17분전 예정됐던 제3선발 채드 빌링슬리 대신 롱릴리프 요원 쿠오홍치를 선발로 내보내 혹시 있을지 모를 경기무효사태에 대비했는데 결국은 빌링슬리와 5선발 에스테반 로아이자까지 총 5명의 투수를 투입해야 했고 그럼에도 불구, 1-2로 패해 시즌 개막 3연승에 실패한 것.
경기 후 조 토리감독은 “원래 11명의 투수로 출발하기로 결정했지만 오늘 같은 경우를 만나면 빨리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내야수 안헬 샤베스를 방출하고 박찬호를 불러와 불펜을 보강한다고 발표했다. 개막로스터에 깜짝 포함됐던 샤베스는 3일간 빅리그에서 단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방출됐다.
이로써 박찬호는 지난 1994년 한국선수로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오리지널 친정팀 다저스에 6년 반만에 복귀했고 지난해 4월30일 뉴욕 메츠 멤버로 플로리다 말린스전에서 선발 등판한 뒤 근 1년여만에 다시 빅리그 무대에 서게 됐다. 아무 보장도 없는 마이너계약을 하고 초청선수로 캠프에 들어가 실력으로 빅리그에 복귀하겠다는 그의 승부수가 적중한 것.
여러 팀이 제시한 마이너계약을 거부하고 굳이 메이저리그 계약만 고집하다가 결국 원하던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고도 준비부족으로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중 방출된 김병현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4일부터 샌디에고 펫코팍에서 벌어지는 주말 3연전부터 다저스 불펜에서 대기하며 출격명령을 기다리게 된 박찬호는 당분간 불펜요원으로 활약하게 될 전망이다. 토리감독은 2일 경기에서 3번째 투수로 나와 비로 경기가 중단될 때까지 ⅓이닝을 던진 빌링슬리를 원래 순서인 오는 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3연전 1차전에 선발로 내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에 따라 선발투수의 부상이나 부진으로 인한 교체 등 특별한 사유가 생기지 않는 한 이번 달 다저스 스케줄상 박찬호에게 선발등판 기회는 없어 보인다. 파드레스와의 주말 3연전은 히로키 구로다, 브래드 페니, 데릭 로우가 차례로 선발로 나서며 이어 7일부터 D백스와의 3연전에 빌링슬리, 구도다, 로아이자에게 순서가 돌아간다. 물론 세상만사가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은 박찬호의 짧은 라스베가스 나들이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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