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디젤
얼마 전, 자동차 범퍼에“이 차는 식용유로 갑니다. 이제 전쟁이 필요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보았다. 석유 때문에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부시행정부를 은근히 꼬집은 말이다.
바이오 디젤 (biodiesel)이 뜨고있다. 콩, 해바라기, 유채나 코코낫 등에서 뽑아낸 식물성기름이다. 식당에서 버리는 기름찌꺼기나 튀김기름으로도 만든다. 그래서 바이오 디젤차의 배기가스에선 구수한 프렌치프라이 냄새가 난다. 싸고 친환경적인 데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재생 에너지의 선두주자로 인기가 최고다.
바이오 디젤의 강점은 석유디젤 못지 않은 성능에다 훨씬 적은 공해 때문이다. 석유디젤보다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반도 안 된다. 탄화수소는 67%나 적다. 게다가 만들기도 비교적 쉽다. 식용유에 메타놀과 촉매제인 라이(lye)를 적정량 배합하면 된다. 부산물로 나오는 글리세린도 기름을 녹이는 용매제로 쓴다.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사실 바이오 디젤의 역사는 석유 못지 않다. 루돌프 디젤이 1900년 땅콩기름으로 가는 디젤엔진을 처음 발명했다. 그러나 이미 자동차업계를 석권 중이던 가솔린 엔진의 텃세가 너무 셌다. 자동차의 거두 벤츠와 포드는 디젤을 외면했다. 그러던 중, 1912년 노르웨이의 탐험가 아문젠이 180마력 짜리 디젤 엔진 선박으로 남극 정복에 성공하면서 기사회생했다. 디젤은 곧 대형차의 내연기관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심한 매연배출로 캘리포니아에선 석유디젤차의 시판이 중지된 지 오래다.
100년이 지난 지금, 바이오 디젤이 다시 뜨고있다. 미 전역 바이오 디젤 소비량이 특히 지난 6-7년간 불과 5십만 갤런에서 7천5백만 갤런으로 늘었다. 150배나 수직 상승한 셈이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발이 주원인이다. 지구 온난화를 다룬 엘 고어의 다큐멘터리‘불편한 진실’도 큰 몫을 했다. 유채기름으로 바이오 디젤을 주로 만드는 유럽도 서두르고 있다. 2012년까지 경유 사용량의 5.75%를 바이오 디젤로 바꾸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바이오 디젤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우선 가격이 아직도 높다. 가솔린 가격 보다 15%이상 높다. 게다가 바이오 디젤 생산 공장이 몇 군데 안 된다. 수요가 높아질 수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원료 확보이다. 현재는 주로 식당 기름찌꺼기를 재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농작물 기름으로 바이오 디젤을 만들 수밖에 없다. 땅콩농장 한 에이커 당 바이오 디젤 50갤런이 나온다. 해바라기 씨는 에이커 당 100갤런까지 나온다.
그래서 이런 농작물을 키우려면 엄청난 농지가 필요하다. 일부 발빠른 기업인들은 기름이 많이 나오는 야자수 기름을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그 여파로 말레이지아나 인도네시아의 원시림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친 환경에너지를 찾다가 더 큰 오염을 초래하는 격이다.
바이오 연료의 수요가 늘면서 국제 곡물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예전엔 곡물가격이 뛰어도 흉작 같은 공급쇼크에서 비롯되었음으로 이내 가격이 내리곤 했다. 그러나 바이오 연료 붐으로 인한 가격 폭등은 수요 쇼크에 인한 것이어서 오른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높은 곡물가격이 사료를 많이 쓰는 목축업에까지 타격을 줄게 뻔하다.
바이오 디젤을 환경 훼손 없이 대량생산키 위해 농작물대신 수초(algae)를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기름 함유량이 높은 수초를 연못에서 길러 화학 솔벤트나 엔자임(enzyme)으로, 혹은 삼투압 쇼크나 초음파 충격파를 이용해 추출한다는 것이다. “이 차는 수초 식용유로 움직입니다. 이젠 전쟁도, 공해도, 기아(飢餓)도 없습니다. 바이오 디젤은 평화의 첨병이요, 신의 선물입니다.”이런 스티커를 우리들 자동차에 붙일 날이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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