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덕의 월드워치
3월26일자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일본의 아베수상은 일본의 위안부 여성문제에 대해 사과했지만 일본이 강제적으로 그들 여성들을 동원했다는 국제적 압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권국을 자처하는 미국도 이제는 방관자의 입장을 넘어 정치적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이다.
“사과는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아베의 모호한 정치적인 사과는 그 동안 늘 봐왔던 그들의 정치적 수사의 공허함 (the emptiness of political rhetoric)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역사적 자료에 따르면 20만이 넘는 아시아의 여성(주로 한국과 중국)들이 2차 대전 중에 일본군대를 위해 치욕과 굴욕적인 삶을 견뎌 내야만 했다. 일본은 과연 언제까지 이들의 아픔을 외면할 것인가?
사실 2차 대전 중에 보여준 일본인들의 군국주의적 태도는 미국인들에게는 당혹감 그 자체였다. 미국인들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그들의 매우 이질적인 행동과 사상의 습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일본의 모순적인 태도를 이해하기 위한 다방면의 비교 문화적인 연구가 이루어 진다. 이제는 고전이 된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의 인류학적인 명저의 하나로 꼽히는 ‘국화와 칼’ (The Chrysanthemum and the sward: Patterns of Japanese Culture, 1946) 도 이러한 미국의 일본 문화이해의 산물이다. 물론,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이다. 동일인이 국화를 재배하는 섬세함과 칼을 숭배하고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리는 사실을 과연 일본적인 특이한 모순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상의 역 방향의 벡터(vector)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저서에서 주목할 점은 일본의 경우 미국의 ‘죄의 문화’ (a guilt culture)와 는 달리 그들의 문화의 원동력은 ‘수치의 문화’ (a shame culture)라고 이해하고 있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죄는 고백을 통해 경감되지만 ‘수치의 문화’에서는 고백하는 습관이 없다. 결국,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수치는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며 각자의 행동에 대한 세상의 평가에 민감하게 대응하게 만든다. 결국, 위안부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은 처음에는 완강하게 부인하며 세계의 여론을 살피더니 이제는 미국과 세계의 비난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일본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물질적 보상과 정치적 수사가 아닌 ‘섹스노예’(sex slave)로 표현되는 이들 여성들의 비참했던 삶에 대한 진실한 위로와 명예회복의 문제가 아닌가? 일본이 경제를 넘어 세계의 명실상부한 일등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피해를 당한 주변국에 진심으로 솔직하게 사과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반문해 본다. 이것이야 말로 군국주의하에 그들이 저질렀던 만행의 수치스러운 역사로부터의 탈출이 아닌가? 이제는 주변국들에게 일본은 과거에 휘둘렀던 칼의 역사보다는 예술과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국화를 가꾸는 섬세함을 가진 국민으로 새롭게 인식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한 우리가 한민족으로 정말 우려해야 할 사실은 우리들 자신의 역사의식의 증발이 아닌가 한다. 상기하고 싶지 않지만 얼마 전에 우리사회의 한 연예인의 위안부 누드 사진 촬영은 이 시대에 우리의 역사가 얼마나 가볍게 다루어 질 수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건 이였다. 늘 역사의 불행은 그 과거를 잃은 국민에게 다시 반복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jdlco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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