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4만불짜리 명품가방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기사에 심사가 나서 명품에 대한 시시한 생각을 두서없이 썼는데 그 글을 젤로 좋아하는 사람이 남편인가 보다. 우리 마누라는 평생 명품백 하나 안사줘도 되나보다,
그런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생각했는지 남편은 휘파람 불고있는 듯 보인다.
딴소리 할 생각은 없지만 나의 의견은 그저 개인적 취향일 뿐이고, 젊은이들에게 가치라는 것이 외형에 치우쳐 가는 것이 안타까워 쓴 글인데 어쨌거나 결혼 20주년 때도 명품 이야기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그냥 넘어가게 생겼다. 생각해보니 나에게만 국한된 불이익이 아니라 알뜰살뜰한 멋쟁이 아줌마 친구들에게도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버린 셈이 되었다.
같은 뱃속에서 나와 자란 아이들도 어찌 그리 다른지 성격이나 모습이나 저마다 아롱이 다롱이라는, 여덟 형제를 낳아서 키우신 우리 어머니 말씀에는 여러 아이 키우신 숨은 어려움이 녹아있다.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고 한 사람 한 사람 알아갈 때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경험을 자주하게 된다. 말하자면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난 친구 A는 예뻐진 모습에 친구들이 환호해주기 바라고, 친구 B는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예쁘다고 한마디 거들면 도대체 성형수술까지 하고 나타난 자신을 왜 알아보느냐고 화내고 가버려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해마다 봄날이 따뜻이 피어날 즈음에 천주교회에서는 사순절이라 하여 40일 동안 묵상과 기도로 자기 성찰을 통해 삶을 새롭게 하는 시기를 보낸다. 교황님이 올해 주신 사순 시기를 이끌어 갈 묵상 말씀은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이를 바라볼 것이다.’이다. 특정종교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고 이 묵상 말씀이 마음을 움직이기에 글로 써보고 싶었다.
신에 대한 환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랜 역사 안에 존재해 왔다. 그리고 모든 이의 기다림이 되어왔다. 절대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시어 할리우드 액션영화처럼 악은 벌하고 선은 상 주시어 명쾌하게 우리 앞에 계신다면, 아담과 이브 이래 계속된 유혹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터인데 세상이 어지러워도 교통정리 해주는 신이 아니다.
우리는 전지전능한 힘으로 평정하신 불평등과 공포와 미움이 없는 세상을 선사받아 더 이상 ‘신은 죽었다’라든가 ‘신은 없다’라는 식으로 버림받고 싶지 않아한다. 무엇이건 할 수 있으나 하지 않으시는 침묵. 그것은 분명한 위로이지만 때로는 어리석고 우유부단한 내 영혼의 유혹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신은 늘 용서와 사랑이라는 한결같은 소리로 우리를 부르고 계시다는 것을 자주 놓쳐 버린다. 용서와 사랑이라는 인생의 여정 안에서만 다양한 인격체의 사람들 각자가 존중받고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온 세상 사람 모두에게 그럴 수는 없지만 지금 내 옆에 혹은 생각이 머무르는 사람의 가슴에 다가서서 헤아려 보고 화해를 청하고 서로 껴안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왜 늘 피해자 쪽에 서서 분통을 터트리곤 하는지… 분명 가해자일 수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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