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영화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와 배급을 맡은 연말 대작 영화가 3년 연속 흥행에 실패하는 ‘이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일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개봉한 판타지 대작 ‘중천’(감독 조동오, 제작 나비픽처스)은 개봉 2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약 140만 명의 관객이 영화를 관람했다.
썩 나쁜 성적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흥행에는 실패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물론 아직 종영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추세로보면 200만 명 돌파도 버겁다는 것이 영화계 안팎의 예상이다.
’중천’은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은 물론 투자의 대부분을 맡았다는 점에서 CJ로서는 특히 뼈아플 수밖에 없다.
비록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못보고 있지만 ‘중천’은 많은 영화 전문가들로부터 컴퓨터그래픽(CG) 등 특수효과 측면에서 한국 영화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있다.
역시 연말 대목 시즌인 2005년 12월 개봉했던 영화 ‘태풍’(감독 곽경택, 제작 진인사필름)도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와 배급을 맡았던 대작.
’태풍’은 톱스타인 장동건과 이정재, 이미연이 주연을 맡은 데다 150억 원 안팎의 제작비가 투입된 야심작이었으나 42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태풍’ 역시 절대적인 관객 수로만 보면 적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감안하면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영화계 내부의 일반적 평가다.
’태풍’은 그러나 해외 수출에서는 비교적 호조를 보여 극장 수입 측면에서의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했다.
CJ는 이보다 1년 전에도 비슷한 실패를 맛봤다. 바로 ‘역도산’(감독 송해성, 제작 싸이더스픽쳐스)에서다.
재일(在日) 레슬링 영웅 역도산의 일생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톱스타인 설경구가 주연을 맡고 100억 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100만 명이 조금 넘는 관객을 불러모으는 데 그쳐 참담한 흥행 실패를 기록했다.
상당수 영화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영화투자ㆍ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3년 연속 투자와 배급을 맡은 연말 대작이 흥행 실패를 거듭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불운도 불운이지만 영화를 고르는 안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국내에서 제작된 상당수 대작 영화들이 줄거리나 캐릭터 빈곤에 따른 문제점을 내포한 채 지나치게 스타 마케팅이나 거대 배급사의 물량공세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를 발굴해 영화화하는 전문적 기획력을 강화해 더욱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제작비가 100억 원이 넘는 대작이 위험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돈이 적게 드는 고만고만한 영화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해외시장 진출과 새로운 장르 개척 등을 위해 대작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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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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