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자 한국일보 1면에 난 ‘엽기적 엄마’제하의 기사를 읽고, 4∼5개월 전 우리집 분위기가 떠올라 혀를 끌끌 찼다. 기사는 대학 입학원서 작성을 둘러싸고 딸과 충돌, 폭력을 휘두른 한인 여성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부터 12학년 짜리 딸과 아이 엄마는 대학 진학 문제로 매일 고성이 오고 갔다. 딸은 엄마의 꾸중에 스트레스를 못 참고 말대꾸를 해대고, 아이 엄마는 입학서류 준비를 계속 미루어 놓고, 되려 신경질 내는 딸애가 얄미워 야단치고. 아들들은 이틈에 인터넷 게임 시간을 늘리려 더 수선 부려대고.
80년대에만 해도 품행 단정히 고교에 다니면 대부분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다’는 류의 소리를 당연하게 듣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서 20여 년 전 UC 계열 약학 박사출신인 아내도 영 감을 못 잡고 헤맸다. 아내는 작년에 대학 보낸 부모들과 긴밀한 대화들을 시작했다. 결론은 모두가 홍역을 치렀다는 것이다. 아내는 단언을 했다.
“자기 아이는 아무 일도 없이 대학에서 장학금이 오고 어쩌고 하는 부모와는 관계를 끊어야 해. 철저한 사기꾼들이니까”
어째든 우리집은 빈 물병이 날라 다니는 정도로 그 기간을 보내고 해피엔딩으로 3월을 맞았다. 중간 중간 내가 베개를 던지곤 하는 통에 더 위험한 물체는 날아다니지 못했다.
이제는 미국 중고생 학부모들에게 더 이상 스위트 드림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춘기에 여유를 주면 게임, 마약과 갱 문제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고, 교과 과정은 어려워지고 대학학비는 치솟고 있다.
‘엽기적 엄마’사건을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자면 가장 큰 원인은 베개를 던져 모녀간 히스테리를 중재할 아빠의 부재였을 것으로 추론된다. 학생이 하버드 조기 입학허가가 나올 정도면 선배들이 인터뷰 전에 미리 신상조사를 했을 텐데 별 이상이 없었다는 점, 학생의 엄마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지 않는 한 하버드 조기입학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사건을 추정하자면 밀어 부쳐대는 엄마, 딸의 신경질과 말대꾸, 이어 분기탱천한 엄마가 매라도 올리려는데 아이가 밀어서 엄마가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고 현관 유리가 깨어지고... 그렇게 사건이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여간 이번 케이스의 검사나 판사도 모두 올해 유명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킨 부모여서 사정을 이해하고 가볍게 처리하길 기원한다.
그리고 내년에 자녀를 대학 진학시킬 학부형들께 한마디. 명상훈련, 진정제 준비, 물건 집어던질 때 가벼운 것 찾아 던지는 여유를 미리 배우시도록!
기한성 증권 중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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