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 기옌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지 2년만에 88년된 화이트삭스의 한을 풀어줬다.
‘오즈 마법사’
올 메이저리그 시즌의 최고 스타는 선수가 아닌 감독이다. 지휘봉을 잡은 지 2년만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88년 된 한을 풀어준 아지 기옌(4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화이트삭스는 기옌 감독이 없었다면 ‘블랙삭스의 저주’를 풀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화이트삭스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월드시리즈는커녕 디비전 우승후보로 꼽히지 않았던 팀이기 때문이다.
화이트삭스를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만든 것은 현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맡고 있는 토니 라루사, 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명장 척 태너, 지인 라만트, 밥 레몬, 에디 스탱키 등 1917년 클라렌스 ‘팬츠’ 로울랜드 이후 그 아무도 못 해낸 일로 올해의 화이트삭스를 갈고 닦고 군기를 잡고 때로는 구슬려 정상으로 끌어올릴 ‘위인’은 기옌밖에 없었다.
기옌 감독은 이번 정규시즌 리그 최다 99승을 뽑아냈다. 8월 중순에 슬럼프에 빠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잡힐 뻔했던 위기를 극복해내며 개막전 승리로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그리고는 플레이오프에 올라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 LA 에인절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차례로 밀어버렸다.
포스트시즌 전적 11승1패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화이트삭스는 플레이오프 시리즈마다 너무 빨리 끝내버리는 바람에 홈 관중들이 ‘샴페인 파티’를 보지 못했다. 샴페인은 보스턴 펜웨이팍, 애나하임 에인절스 스테디엄, 휴스턴 미닛메이드팍에서만 뿌리고 왔다.
기옌 감독이 정신무장을 단단히 시킨 화이트삭스는 그 어떤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난타전에서도, 월드시리즈 역사상 가장 긴 경기였던 연장 14회 마라톤에서도, 1-0 투수전에서도 꼭 이기고야 만 천부적인 ‘승부사’였다. 월드시리즈 MVP로 뽑힌 저메인 다이는 이에 대해 “선수들이 감독의 그런 면에 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도 베네주엘라 액센트가 강한 기옌 감독에 따르면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별거 아니다”라면서 “선수들이 감독을 믿게 한 뒤 감독도 선수를 믿고 맡긴 것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기옌은 지난 26일 월드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순간 선수들과 함께 마운드로 달려나가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나중에 천천히 걸어나가서도 3루 라인을 건너지 않았는데 “애스트로스 선수들과 코칭스탭을 위해 그 정도 매너는지키는게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기옌은 이제 시카고의 영웅만이 아닌 베네주엘라의 영웅인데 4차전 경기 전에 한 말을 보면 야구밖에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나는 자식들만 잘 커주면 된다”며 웃는 그 인간미에 반한 사람들이 많다.
<이규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