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성별·종교 초월한 ‘한국화 동호회’
한국일보 문화센터 전시회 앞두고 작업 삼매
직접 그린 한국화, 선물로도 최고
“언니! 배운지도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려” “얘는 정말. 너야말로 재능을 타고 난 거 같은데 뭘” “우리가 ‘한국화’와 더 일찍 만났다면 어땠을까. 훨씬 더 좋았을 텐데. 그지. 호호”
15일 오전 11시 웃음꽃으로 가득 찬 애나하임의 한 한인교회. 주로 65세 이상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로 구성된 ‘한국화 동호회’ 회원들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화선지에 사군자를 담아내는 모습이 정겹다. 열심히 배우려는 회원들의 의욕과 열정은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온 가족의 관심과 응원이 대단하단다.
동호회의 탄생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0년 미국에 건너온 이후 한동안 붓을 잡지 않았던 소선 추순자(70) 한국화가는 40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해온 한국화에 대한 외사랑을 못내 그리워했다.
그러던 차에 평생 가정을 꾸려오느라 약해진 몸뚱이와 허한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주부들에게 ‘한국화를 가르쳐 주면 이들에게 삶의 활력을 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지난 2002년 이 동호회가 처음 세상의 빛을 보기에 이르렀다.
“여기는 한국화의 불모지나 다름없어요. 한국에서는 그 흔한 화선지도 구하기 힘들었어요. 회원들을 모으는 것은 더욱 힘들었구요. 그러나 저렇게 즐거워하는 회원들을 볼라치면 ‘정말 내가 보람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그래서 추씨는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주는 회원들이 너무 고맙다. 민화를 배우다 알게 돼 함께 한국화를 배우러 토랜스에서 온다는 김숙희(61)씨와 장민숙(46)씨는 “먹의 농담(濃淡)만으로 6가지의 효과를 낼 수 있고 한 번의 붓 놀림으로 그려야 하는 수묵화의 매력은 형용할 수 없다”라고 극찬하면서 “무언가 집중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생긴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뒤 잔소리를 하지 않아 남편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아이들 선생님들을 만날 때나 집들이 갈 때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하면 너무 좋아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여성 회원들에 틈에서 간간이 남자회원들도 눈에 띈다. 지난 3월 동호회에 처음 나왔다는 장문석(78·애나하임)씨는 “어릴 때 아버지의 권유로 서예를 했지만 어떤 이유 때문에 그만두게 돼 항상 서예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그토록 그리워했던 붓 그림과의 재회는 본인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다”며 흡족해했다.
그는 이어 “며칠 전 손녀 생일에 난을 그린 그림을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며 “이제 매년 가족들 생일 때마다 내가 손수 그린 그림들을 선물해야겠다”고 으쓱해 했다.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로뎀장로교회(1759 W. Broa St., Anaheim) 측이 무료로 제공하는 장소에 모여 4시간 동안 추씨의 지도에 따라 사군자에서부터 산수화, 채색화 등을 배우고 있다. 한국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나이·종교·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별도의 회비는 없다. 다만 붓·먹·화선지 등 재료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연락처 (714)758-9063 또는 (714)778-3072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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