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튼 경찰국 정연아 형사
매력적 외모, 그러나 사건 수사중인 당찬 경찰
9일 풀러튼 경찰국 형사과 가정·성폭력 전담반 사무실. 만나기로 한 정연아(38) 형사가 자리에 없다.
불과 5분 전 인터뷰 확인을 위해 통화까지 했는데 말이다. 15분 정도 흘렀을까. 사무실 문이 휙 열리더니 “갑작스럽게 급한 제보전화가 와 자리를 잠깐 비웠다. 미안하다”며 정 형사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현재 그가 수사 중인 사건은 21건. 그러나 하루에 한 건 꼴로 새 사건이 추가 배당되기 때문에 업무부담은 가히 살인적. 그러나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그토록 내가 원했던 일인데 후회라뇨. 새로운 도전은 늘 삶의 활력이 되죠. 그만큼 시민들을 돕고 있다는 의미도 되구요.”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결혼 때문에 2001년 풀러튼 경찰국으로 오기 전 샌호제 경찰국 ‘최초의 한인 경찰’로 12년 동안 근무했다. 1989년 정 형사가 처음 경찰이 됐을 때 지역 언론의 취재 경쟁 때문에 홍역을 치렀을 정도.
그곳에서 경찰학교·필드 트레이닝 교관, 예비조사 경찰(Preprocessing Officer, 경찰국에 체포돼 오는 용의자를 제일 처음 조사하는 경찰), 내사과 경찰(고위직을 포함해 비위 경찰관 조사담당 경찰) 등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요직을 두루 거치며 상관들의 촉망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그가 어렸을 때는 경찰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단다. “12세 때인가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친구가 다쳐 너무 놀랐죠. 하지만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이 병원에서 치료도 받게 해주고 콜라도 사주며 우리를 위로해 줬어요. 알고 있던 경찰 이미지와는 달리 친절하게 모든 일을 척척 해결해 주는 모 습에 경찰에 대한 꿈을 품게 됐죠”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는 완강했다. 의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했던 부모님의 강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던 그는 샌호제 주립대학에 입학, 삼성 현지법인에서 일하는 등 처음 1년은 순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도 그랬지만 마음 한 구석에 꽈리를 틀고 있던 경찰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결국 폭탄선언을 했다.
“혼자 학비를 벌어서라도 경찰이 되기 위해 공부하겠다고 했어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요. 그래도 제 인터뷰 기사가 신문에 나오면 부모님은 무척 좋아하실 거예요.”
처음 3년은 정말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신고를 받고 나가면 왜소한 체격에 여자인 그를 보고는 “다른 경찰을 불러달라”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그래도 꿋꿋하게 맡은 사건을 해결해 당차고 야무진 훌륭한 경찰이 됐다. 하지만 강해 보이는 그도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떨궜다.
“98년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으셨어요. 경찰이 된 것, 외국인과의 결혼 등 아버지는 모든 게 못마땅해 하셨죠. 그래도 아버지는 절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겉으로만 그러시는 거죠.”
정 형사는 휴가 때면 남편 앤드류 반즈(42·풀러튼 경찰국 형사)와 아들 에이든 반즈(1·한국명 윤철)와 함께 부모님이 사시는 샌호제에 간다. 부모님이 언제나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다.
“그토록 원했던 일을 하고 있는 전 정말 만족합니다. 제가 그 때 부모님 뜻대로 의사나 변호사가 됐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내 가족, ‘아버지 병간호를 잘 해드려라’며 자신들의 휴가를 반납해 모아주는 150여명의 동료 경찰들이 있어 더 행복해요.”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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