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킬러
뉴스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의 하나는 사건, 그 중에서도 살인사건이다. 컬럼바인과 같은 집단 총격사건이라도 한번 터지면 신문 전 지면이 관련 기사로 장식된다. 희생자의 생명이 소중한 탓도 있지만 ‘나도 혹시 비슷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독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리라.
해마다 미국에서 범죄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2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범죄는 10대 사망원인 안에 들지도 못한다. 자살하는 사람만 연 3만, 교통사고 등 사고사로 죽는 사람은 9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자살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사고는 조용히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미국에서는 매년 10만명이 폐병으로, 50만명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질병 중에서도 미국인을 ‘대량 학살’ 하는 주범은 심장병이다. 해마다 100만명이 이로 인해 숨을 거둔다. 미국인 7대 사망원인인 심장, 암, 폐 질환, 사고, 독감, 당뇨, 에이즈 중 심장을 제외한 나머지 6대 원인으로 죽은 사람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인 5명중 한 명은 심장병을 앓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연 3,200억달러에 달한다.
레이건 이래 가장 많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가슴 통증을 호소한 후 병원에 실려갔다 심장 측관 형성(bypass)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동맥 4개가 거의 막힌 상태라 체내 다른 동맥과 정맥을 가져와 이를 심장에 연결했다. 안전하기는 하지만 장장 4시간에 걸친 큰 수술 이다.
클린턴은 어렸을 때부터 햄버거 등 소위 ‘정크 푸드’에 중독된 것으로 유명하다. 대통령 재임 시절 매일 운동을 하고 나름대로 건강에 신경을 썼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십 년간 체내에 쌓인 지방이 혈관을 막는 것을 예방하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병원 측은 클린턴이 운이 좋았다며 심장병의 40%는 예고 없이 찾아와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심장마비의 80%는 가정에서 일어나며 일단 일어나면 95%가 사망한다. 가족 중에 인공호흡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생존율이 2배로 높아진다.
심장병의 비극은 일찍 바른 식생활을 실천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상당 부분 이를 예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일찍’이다. 성인이 된 후, 노년기가 가까워 하는 운동이나 섭생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큰 효과는 없다. 오랜 기간 혈관 내 축적돼 온 지방은 쉽사리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살고 싶으면 무엇보다 심장병 예방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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