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소속국가는 완전히 지워버려야”
5월 심판모집에 132명 지원, 24명 선발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양 선수가 어느 국가 소속인지 누구인지 머리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립니다. 오직 엄격하게 경기 규정을 적용해야 관중의 야유나 코치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인해 오심 내리는 것을 피할 수 있죠”
13일부터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가는 지구촌 최대 축제 ‘2004 아테네 하계 올림픽’에 태권도 경기심판장 자격으로 참가하는 김찬용(68·동양무도관 관장)씨는 자신의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김 심판장에 따르면 올림픽 태권도 종목 심판진은 지난해 5월 심판 모집에 132명이 지원했으며 이 중 두차례 선발을 거쳐 최종 선발된 2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22일 아테네 현지에 도착, 곧바로 오리엔테이션과 심판 배정 등 4일간의 만반의 준비를 끝낸 뒤 바로 경기에 투입된다(태권도 종목 일정은 26∼29일 4일간)
김 심판장은 ‘적당히 심판을 보고 여행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니냐’라는 시샘이 약간 섞인 말을 많이 듣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단다. 일정도 빡빡할 뿐더러 경기 내내 받는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기 때문.
“세계태권도연맹에 172개국이 등록돼 있을 만큼 태권도가 전세계적으로 보급돼 있어 일반인들도 웬만한 경기 규칙은 다 꿰고 있습니다. 심판이 보이지 않는 판정 실수를 해도 단 번에 알아채고 야유를 보냅니다”
또 최근 들어 세계태권도협회 내홍과 김운용씨 구속, 심판들의 판정 시비가 잇따르는 등 태권도계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이 곱지 않아 심판 배정에 있어서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출전 선수와 심판이 같은 아시아계여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요. 하물며 출전 선수와 같은 국적의 심판을 배정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죠. 이래저래 모든 과정 하나 하나가 견뎌내기 힘든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김 심판장은 56년 처음 태권도와 인연을 맺어 벌써 50년이 다 돼 간다. 그는 71년 8월 LA에 건너와 단돈 300달러로 가디나 근처에 ‘대명’이라는 간판을 걸고 도장을 시작했다. 그에게 사사를 받은 수하생만 지금까지 1만명이 넘는다. 그는 아내 원자(62)씨와에 영주(39·주부), 영신(38·카이로프랙터), 영춘(33·검안의) 등 1남2녀를 슬하에 두고 있다.
한편 2004 아테네 하계 올림픽은 28개 종목에 301개의 금메달을 놓고 선수들을 유혹한다. 특히 IOC에 가맹한 202개국 모두 참가할 예정이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1만5,000여명의 선수와 5,500여명의 팀 관계자 참가할 예정). 태권도 종목에는 남녀 각각 4개씩 총 8개의 금메달을 놓고 자웅을 가릴 예정이다. 한국은 태권도가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 3개, 은 1개를 수확한 바 있다.
<이오현 기자> loh@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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