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은‘옷이 날개’란 속담을 철저하게 신봉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옷감, 디자인, 색상 등 옷 자체보다 거기 붙어 있는 100분의 1도 안 되는 크기의 상표딱지를 더욱 신봉한다.
개성보다‘우리’라는 소속감을 중시해 그 그룹의‘스탠다드’를 쫓지 못하면‘왕따’당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머리 스타일, 화장법에서부터 의복의 브랜드까지 획일화 돼 가는 느낌이다.
같은 브랜드의 옷이라도 어디서 샀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그래서 한인들은 K-마트에서 살 수 있는 청바지도 백화점에 가서 산다.
미국인들은 다르다. 중고용품 판매점인‘굿 윌’이나‘쓰리프티 스토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인들은 이런 곳을 드나드는 것이 마치‘나는 저소득’층임을 광고하는 것 같아 주뼛거린다.
BMW를 몰고 굿 윌에 와서 손자들에게 선물할 2달러짜리 할로윈 의상을 고르던 미국인 노부부는“일년에 한 번 입는 옷을 왜 20배가 넘는 값을 주고 사느냐?”며 절약도 절약이지만‘중고품=정크’라는 아이들의 그릇된 고정관념도 고쳐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고품 점을 자주 찾는다는 한 주부는“일견 모두 허접쓰레기로 보이지만 샤핑 대상물을 정하고 찾으면 보물창고나 진배없다”고 말했다.
최근 사망한 한 미국인 의사는 평소 수입의 대부분을 자선기관에 기부하고 자기 옷과 신발은 꼭 굿 윌에서 구입했다는 일화를 신문에서 읽었다.
한 한인주부는 1시간 정도만 투자하면‘새 옷 같은 명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고품점”이라며 금방 싫증 내는 아이들의 장난감도‘야드 세일’이나 중고품 점에선 싼값에 다양한 종류를 구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에서도 요즘 이화여대 앞 패션거리에서 구제품 리바이스 청바지가 3~4만원에 팔리고‘굿 윌’개념의‘아름다운 가게’가 히트를 친다니 남이 입던 옷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이 조금 옅어진 듯 싶다.
한 번쯤 틈을 내서 중고품 점을 찾아보자. 편견 없이 둘러보면 색다른 미국 문화의 편린을 감지할 수 있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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