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반가운 친구네가 방문을 하였다. 같은 교회를 다니다가 남편의 직장관계로 멀리 디트로이트로 이사를 가서 몇년 만에야 만나게 된, 활달한 성격에다가 악의없이 솔직하기까지 하여서 옆에만 있어도 즐거운 친구이다.
오랫만에 LA에 온 친구네를 본다고 가깝게 지내던 몇몇 다른 가정까지 합세를 하여 왁자지껄한 저녁이 되었다. 몰라보게 자라난 서로의 아이들을 보노라니 못 보는 사이에 세월이 많이 흐른 듯도 하고 또 헤어진지가 엊그제 같기도 하였다.
저녁을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그 친구 가정의 가드닝 이야기를 듣다가 점점 각 집의 사례교환으로 이야기가 옮겨졌다. 어쩌면 그렇게 각 집마다 사연도 다양한지, 또 따지고 보면 어찌도 그렇게 의욕만 앞섰다가 끝을 못낸 이야기가 한결같은지 한참을 웃었다.
친구가 이사를 가보니 그 집의 스프링클러가 너무 낡아서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웃집들은 시간만 되면 ‘촤-악착착’ 물이 뻗치는데 자기네만 ‘쫄쫄쫄’ 맥 빠지는 소리를 내더란다. 날은 갈수록 더워 오는데 시원찮은 물소리며 누래지는 잔디가 영 마음에 걸려서 스프링클러 공사를 하기로 부부가 의견을 모았단다.
그런데 평소에 손재주도 좋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은 남편이 이런 공사는 원리가 간단하니 자기가 직접 취미 삼아 해보겠노라고 자원을 했단다. 친구 생각에도 직접하면 경비도 절약될 것이고 또 이참에 뒷마당에다가 작은 연못도 하나 파겠다는 남편의 포부에 잔뜩 기대가 되어 다음날 같이 홈디포로 재료를 사러 나갔단다.
설명서를 보며 이것저것 사다보니 재료비만도 칠백불이 훨씬 넘어서 슬슬 불안해지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공사를 시작했는데... 경험이 없는 일이니 요령도 없을 수밖에. 앞마당의 구석마다 위치를 잡는다며 잔디밭을 파헤쳐서는 작은 웅덩이를 하나씩 만들어 놓은 남편이, 이번에는 웅덩이끼리 연결을 한다고 새로 사온 ‘공산당 깃발에 나오는 곡괭이’(친구의 표현)를 하늘로 들었다 땅에다 박았다를 몇번 하더니 얼마 파지도 못하고 허리를 만지며 쓰러졌단다. 그러고는 다음날 교회도 못 가겠다며 끙끙 앓더니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몇날 며칠이 지나 몇주가 가도록 두서없이 파헤쳐진 마당에는 곡괭이만 누워 있었단다.
보다 못한 친구가 전문가에게 연락을 해서 일을 맡겼는데 그분이 와서 친구네가 사다놓은 재료를 보고는 용량이 작아서 쓸 수 없는 파이프라며 굵은 파이프들을 새로 사다가 일을 마무리지었단다. 겨우 공사가 끝난 앞마당에서 스프링클러가 힘차게 물을 뿌리니 구석마다 쌓여있는 반품할 길고 짧은 파이프에 물이 튀기고. 늦었지만, 연결도 한번 안 해본, 산지는 오래되고 더러워졌지만 새것임에 분명한 파이프들을 모아다 반품을 하는데 어떤 것은 물에 젖는 바람에 바-코드까지 떨어져서 가격을 몰라 책을 들쳐가며 캐시어와 애를 쓰고 있는데 정작 이 모든 소동의 범인인 남편은 창피스럽다며 가게 안에도 못 들어오고 밖에서 한시간을 기다렸단다.
이제는 마당이 다 정리되었냐는 우리의 질문에 친구 남편 왈, 지난 가을 몇년만에 다시 도전한 뒷마당 연못공사의 삽질이 만만치 않아서 파다 만 구덩이에 공사용 검은 비닐을 덮어놓았단다. 조경용으로 돈주고 사온 자연석 돌맹이들이 비닐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누르는데 잘 쓰이고 있다며 옆에서 친구가 거드는 바람에 또 한번 배꼽을 쥐고 웃었다.
직접 가드닝을 한다며 천불어치도 넘게 도구만 사고는 두번 잔디 깎고 관둔 집, 땅을 파다가 수도관을 끊어놔서 온 집의 물이 끊어졌던 집, 곧 공사가 있다고 잔디 심기를 미루다가 공사가 늦어져서 아직도 몇개월째 앞마당이 황량한 우리집등 잔디밭 관리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도 웃음이 넘치며 밤이 늦어갔다.
집 앞의 잔디밭이나, 뒷마당의 조경이나, 기왕이면 좀 쉽고 또 멋있게 하려다보니 궁리가 많아지고, 궁리가 많으니 사연도 많은 것 같다. 과연 우리가 고향집 마당의 푸르고 푸른 잔디밭을 노래하는 미국의 ‘Do it yourself’ 시대를 사는 것이 틀림없는 즐거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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