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창]
▶ 노재경 (국제회의 통역사)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천재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누가 너무나 똑똑하고 범인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하는 이에게 우리는 "천재니까" 아니면 "타고난 재주가 있으니까" 하고 쉽게 말해버린다. 얼마나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였을까 하는 생각 대신 우리하고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물로 결론지어 버린다.
헐리우드의 천재 감독 빌리 와일더가 지난 주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1934년에 헐리우드로 온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은 영화 각본을 쓰고 감독하는 일이었다. 그의 모친은 아우슈비츠에서 나치에 의해 학살당했고 그 자신은 1933년 베를린에서 파리로 간신히 도망쳐 목숨을 구한 유태인이었다. 헐리우드에 와서 그가 자신에게 약속한 것은 매일 20개의 영어 단어를 배우는 것이었다. 머지 않아 그는 그가 모은 언어를 가지고 그가 열망했던 영화 각본을 쓰고 감독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거의 30세가 되어 처음으로 구사한 언어인 영어를 가지고 13개의 각본상 후보를 포함 21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고, 6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였다. 와일더에게 "천재"라는 말은 매우 적절한 명칭이다.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의 희비극적인 진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영화들은 헐리우드의 모든 영화 장르에서 최고의 명작들을 탄생시켰다.
"Some Like It Hot"이나 "The Apartment"와 같은 영화는 언제 보아도 몇 번을 보아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영화들이다. 빌리 와일더에 대한 추모 기사를 읽으며 나도 미국에 처음 와서 하루 20개까지는 안 되어도 10개만이라도 새로운 영어 단어의 적절한 사용법을 꾸준히 배웠더라면 - 단순히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연습장에 써가며 달달 외웠던 헛된 방법이 아닌 - 어휘의 폭 뿐만 아니라 인생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언어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언어와 손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직업을 가져서가 아니다.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언어를 아는 것이 바로 문화를 이해하는 길로 통하기 떄문이다. "듣는 것은 잊어버리고, 보는 것은 기억하며, 직접 해보는 것을 통해 이해를 얻는다"는 중국의 격언같이 말도 직접 해봐야 할 것 같다.
와일더가 거의 30세에 처음 구사했던 언어를 나는 19세에 처음 구사하지 않았던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공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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